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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는 정상화로 갈 수 있나

등록 2013-12-20 19:24수정 2013-12-20 21:22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도대체 장주(장자)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장주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장자>의 ‘제물론’에서 장자는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는 꿈을 꾸다가 깨어 이렇게 말한다. 장자의 호접몽 우화는 무엇이 가짜인지,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우리에게 묻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5년 동안의 돈풀기를 축소한다는 테이퍼링을 지난 18일 드디어 발표했다. 시간의 문제일 뿐 올 것이 왔다는 것이 대체적 의견이다. 2008년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연준의 돈풀기인 양적완화 등과 이에 버텨온 경제 상황은 정상이 아니라는 의견에 바탕을 둔다. 그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상황은 ‘비정상’이고, 우리가 돌아가야 하고 돌아갈 수 있는 ‘정상’은 있는 것인가?

채권회사 핌코의 최고경영자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저성장, 저소비, 고실업 등이 항상화될 것이라며, 이를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불렀다. 뉴노멀이 경제위기의 전형적 현상들이 정상이 된 상황을 말한다면, 애브노멀(abnormal), 즉 비정상은 이제 과거 호황기 때의 현상인가? 금융위기를 경고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뉴노멀에 대응하는 ‘뉴애브노멀’(새로운 비정상)은 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규정한다. 뉴노멀이 비극적 상황이지만 그래도 예측은 가능한 반면, 뉴애브노멀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들 비관론자들의 주장을 보면, 과거처럼 정상인 호황과 비정상인 불황이 교대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 기준으로 볼 때 불황이 항상화되는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비정상이 수시로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사실 세계경제는 금융위기 전부터도 우리가 생각하던 과거의 경제가 아니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내는 등 세계 주류경제학을 대표하는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지난 11월 국제통화기금 연례총회에서 불황을 촉발한 금융위기가 끝난 지 오래됐으나, 우리 경제는 여전히 불황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기 전에 엄청난 주택 및 부채 버블(거품) 및 부채에 의한 소비진작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은 좋지 않았고, 성장의 부산물인 인플레도 없었다며 전반적인 경제는 그저 그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불충분한 수요가 정상적인 조건의 하나인 경제 상황, 즉 미약한 불황에 항상 처해 있고, 버블이 일어나야 간신히 완전고용에 근접하는 경제라고 주장했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 타임스>에서 서머스가 그런 의견이라면, 지금까지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 경제정책에 대해 말해왔던 모든 것들이 틀렸으며, 그런 경제정책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틀릴 것이라고 말했다. 즉, 연준의 돈풀기는 인플레를 몰고 오고, 재정적자만을 늘릴 것이기 때문에 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약발이 다했다는 반박이다.

사실, 연준이 5년 동안 4조달러를 풀고 각국이 합세했음에도, 선진국에서는 낮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현상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지금 일본을 비롯해 미국 등에서는 세계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였던 인플레를 진작시키려고 안간힘이다. 인플레를 갈구하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크루그먼은 “정부 부채에 대한 모든 공포스러운 이야기들을 잊을 수 있고, 금리가 인상될 때까지” 연준의 양적완화 등 ‘비상한’ 조처, 아니 이제는 ‘정상’인 조처들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준의 테이퍼링 시행으로 이제 우리는 정상적인 경제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우리는 이제 장자가 나비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나비가 장자 꿈을 꾸는 것이 정상인 세계로 이미 들어간 것은 아닐까?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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