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각)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 시민들이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공습 암살에 항의하는 반미 시위 도중 미국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3일 미군의 바그다드공항 공습 직후 국제 유가가 5% 가까이 급등하고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렸으나, 미국-이란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다시 표면적으로 안정세를 찾고 있다. 단기적 시장 충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지만, 지난해 말 미-중 무역분쟁 1단계 합의 타결 때부터 ‘저점 통과 중’으로 진단·분석돼온 세계 경제가 중동발 새 위험 앞에 ‘살얼음판 위의 불안한 회복’을 보일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이날 영국의 경제조사·분석업체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미국-이란 긴장이 군사적 충돌을 수반하는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세계 성장률은 0.5%포인트 위축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물가는 3.5~4.0%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업체는 브렌트유 가격(6일 시점 향후 전망)을 이번 1분기 배럴당 65달러, 2분기 68달러, 3분기 70달러, 4분기 75달러로 내다봤다. 6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70달러,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64달러로,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 직후 5% 가까이 올랐다.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공습 직후 최근 7년래 최고치(6일 온스당 1579달러)까지 치솟았다. 다만 사태 발발 직후의 폭등세는 일단 수그러든 모습이지만 중동발 ‘공포 프리미엄’이 급등하면서 상방 압력은 여전히 점증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분석가들은 중동 전역에서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어 유가 전망은 예측불허라고 평가한다.
시장에서 주식·금 등 자산가격 충격이 아직 ‘제한적’인 까닭으로는 몇가지가 제시된다. 우선 “가혹한 피의 보복”을 천명하며 호전적인 레토릭으로 맞서고 있지만 이란은 중동 지역의 ‘약삭빠른 산유국’이다. 이란산 원유 최대 구매자인 중국이 중재에 나설 것이고, 원유 수송 핵심 루트인 호르무즈해협이 막혀버린다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도 정치적 부메랑을 맞게 될 위험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산 원유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사실도 거론된다. 미국의 셰일 원유 붐 등으로 중동산 원유에 대한 서방 경제들의 의존도가 줄어든 터라 1990년 제1차 걸프전쟁 때에 비하면 중동발 ‘원유 쇼크’가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생산량을 최대치로 늘려 국제유가 급등을 제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지난해 내내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을 실감했던 투자자들은 바그다드 공습 이후 올해도 여전히 세계 경제에서 미국 대통령이 ‘알려지지 않은 가장 큰 위험’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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