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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경영자? 정리해고의 화신?…GE 잭 웰치 별세

등록 2020-03-03 10:54수정 2020-03-04 02:03

웰치 전 GE 최고경영자 84세로 사망
GE를 한때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켜
매년 10% 직원 정리 등 구조조정 선도
은퇴 뒤 GE 몰락…그의 경영방식이 원인
2일 84세로 사망한 잭 웰치 전 지이(GE) 최고경영자가 지난 2000년 2월28일 뉴욕에서 지이가 생산한 엔진을 장착한 보잉여객기가 최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2일 84세로 사망한 잭 웰치 전 지이(GE) 최고경영자가 지난 2000년 2월28일 뉴욕에서 지이가 생산한 엔진을 장착한 보잉여객기가 최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세기의 경영자인가, 정리해고의 화신인가?

미국은 물론 전세계 기업경영 문화에 큰 영향을 준 잭 웰치 전 지이(GE) 최고경영자가 2일 84세로 별세했다고 지이가 밝혔다. 웰치는 1981년부터 2001년까지 20년간 지이 최고경영자로 재직하면서 지이를 미국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으로 탈바꿈시켜 경영학 교과서에 항상 먼저 거론되는 ‘세기의 경영자’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중성자 잭’이라는 별명처럼 정리해고 등 비용절감을 우선시하는 경영으로 일관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웰치가 지이에서 보여준 효율 및 비용절감 우선 ‘구조조정 경영’은 지금도 미국 기업문화에 깔린 한 주축이다.

1935년 매사추세츠에서 아일랜드계 부모 사이에 태어난 웰치는 지이의 플라스틱 제조부문 엔지니어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평생을 지이에서 보냈다. 1972년에 최연소 부사장, 1979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980년말 지이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로 정점에 올라 2001년 은퇴했다. 최고경영자 재직 도중 지이는 전구나 세탁기 등의 제조업체에서 금융부문까지 섭렵하는 복합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웰치가 수많은 사업체를 인수·합병하거나 매각하면서 지이를 금융 및 컨설팅 분야로 진출시킨 덕분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효율과 단순화된 의사결정 체계를 강조하면서 해마다 10%의 ‘저성과 종업원들’을 내쫓는 정리해고 문화를 정착시켰다. 웰치가 지이를 미국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으로 성장시킨 배경인 ‘혹독한 구조조정’은 이후 미국 기업문화의 한 트렌드로 정착됐다. 웰치는 자신의 한 저서에서 “저성과자는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학점을 매기는 학교에서 학생들은 학점을 부여받고 졸업을 하거나 못하거나 한다. 학교를 나와서는 왜 평가받는 것을 그만둬야 하냐?”고 말하기도 했다.

웰치의 무자비한 구조조정과 숱한 기업 인수·합병 덕에 지이의 시장가치는 120억달러에서 4100억달러로 커졌다. 1999년 <포춘>은 웰치를 ‘세기의 경영자’로 평가했다. <포춘>은 웰치가 지이를 “군더더기 없는 기업체로 날렵하게 유지했고, 기업이 세계화되고 제조업 기반에서 탈피하는 변화의 시대에 직면한 경영자 세대에게 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의 저서들도 기업인이나 경영학도에게 한때 바이블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주도한 무자비한 인사관리, 비용절감, 해외 사업이전 등 ‘혁신’은 지이가 몰락하는 계기가 됐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지이는 웰치가 개척한 금융분야의 막대한 손실로 사실상 파산상태로 추락했다. 워런 버핏이 구제금융에 나선 덕에 간신히 회생했다.

웰치의 퇴직금도 구설에 올랐다. 그가 지이에서 은퇴하면서 받은 4500억원은 세계 기업 역사상 사상 최대 규모다. 이 퇴직금은 그후 경영자에 대한 과도한 보상의 전형이 됐다. 그가 주도한 해외로의 사업이전 등 구조조정도 미국 제조업 몰락을 상징하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지이의 뉴욕주 소재 공장은 한때 전성기에 3만명을 고용했으나 현재 3천명가량에 불과하다.

에릭 고든 교수(미시간대 경영대학원)는 “그는 경영대학원에서 칭송받았고 많은 최고경영자들이 롤모델로 평가했다. 하지만 오늘날 그의 방식을 칭송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그는 뻥 튀기고 속빈 엉망진창 상태를 후임자들에게 남겼다. 지이는 산업계의 거인에서 훼손된 난파선으로 바뀌었다”고 혹평했다. 지금은 그의 경영방식이 창의적인 생산성 향상이나 새로운 사업분야 창출이라기보다는 정리해고 등 인위적 효율에 바탕한 비용절감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로런스 컬프 지이 최고경영자는 이날 “오늘은 전체 지이 가족에게 슬픈 날이다”며 “잭은 그의 인생보다도 큰 인물이었고, 반세기 동안 지이의 심장이었다. 그는 우리 회사의 얼굴과 기업 세계를 다시 만들었다”고 애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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