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미국 플로리다 서프사이드의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조 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서프사이드/AP 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 아파트 붕괴 사고 구조 작업이 사흘째 이어졌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각) 생존자 구조 없이 사망자가 1명 추가돼 총 5명으로 늘었고 실종자 수는 156명이었다. 이 아파트는 앞서 3년 전 점검에서 심각하게 손상됐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엔엔>(CNN) 등 보도를 보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다니엘라 레빈 카바 카운티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가로 발견된 생존자는 없다고 밝혔다. 이날 사망자는 1명 늘어나 5명이 됐고, 실종자는 156명으로 집계됐다. 다섯 번째 사망자의 시신은 건물 잔해 속에서 발견됐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의 일부도 발견됐다고 카바 카운티장이 설명했다. 실종자는 유전자(DNA) 검사 등으로 신원을 확인해 전날 159명에서 3명이 줄었다. 카바 카운티장은 “최우선은 수색과 구조다. 잔해에서 생존자를 찾을 것”이라며 “우리는 계속 희망을 품을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도해 달라.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붕괴 사건이 건물의 저층이나 기초가 손상돼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붕괴되는 이른바 ‘팬케이크 붕괴’여서 구조 작업이 더욱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9·11 테러 당시 쌍둥이 건물 붕괴가 대표적인 팬케이크 붕괴 사례다. 팬케이크 붕괴는 잔해 속에 빈 공간이 드물어 위험하고 구조하기도 어렵다. 소방 당국의 특수구조대원을 지낸 그렉 파브르는 <시엔엔>과 인터뷰에서 “팬케이크 붕괴는 모든 무게가 바닥 아래로 수평을 이루어 떨어진다”고 말했다.
26일 미국 플로리다 서프사이드의 아파트 붕괴 현장 부근에 실종자들의 사진과 꽃이 철조망에 걸려 있다. 서프사이드/AFP 연합뉴스
붕괴 뒤 발생한 화재도 구조 작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카바 카운티장은 잔해더미 안에서 시작된 화재가 계속되고 있어 구조작업에 방해가 된다다며 발화지점을 파악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흘째 수색 작업에도 구조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면서 사망자 수가 크게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현장 부근에서 촛불을 들고 무사 구조를 기도했다. 아파트에 살던 아흔 두살 할머니가 실종된 마이크 노리에가는 “이 모든 사고에는 메시지가 있다”며 “희망을 버리지 말고 믿음을 가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운티 당국은 붕괴사고가 발생한 아파트와 붙은 같은 단지 아파트 건물에도 예방 차원에서 대피 권고를 내렸다. 카운티 당국은 또 40년 이상 된 건물의 안전성을 향후 30일 동안 전수 점검하기로 했다.
한편, 붕괴된 아파트가 3년 전 점검에서도 심각하게 손상됐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건물을 점검한 건축기사는 야외 수영장 아래 콘크리트판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지하 주차장 기둥과 벽에 금이 간 부위가 많다고 기록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2018년 이 보고서를 작성한 건축 기사 프랭크 모라비토는 “일부 가벼운 손상도 있지만, 콘크리트 부식 부위는 대부분 신속하게 보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영장을 둘러싼 상판 아래 방수제에 하자가 있다고 평가했고 이 때문에 “더 밑에 있는 콘크리트판에 중대한 구조적 손상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방수제를 교체하지 않으면 콘크리트 부식이 상당히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25일 미국 플로리다 서프사이드의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조 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마이애미데이비드/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