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씨. 연합뉴스 제공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으로 미국에서 구금 중인 유혁기(49)씨를 한국으로 송환할 수 있다고 미국 법원이 결정했다. 유씨 쪽은 반발하며 인신보호청원을 할 뜻을 내비쳐, 실제 한국으로 송환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의 주디스 매카시 연방치안판사는 지난 2일(현지시각) 유씨가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른 송환 대상자라는 점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한겨레>가 3일 입수한 80쪽짜리 결정문을 보면 매카시 판사는 “한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상당한 이유를 제시했고 관련된 요건들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횡령 등 유씨의 7개 혐의 전부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합당한 근거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지배주주인 유씨는 290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으나, 한국 검찰이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기소중지 상태다. 그는 한국이 미국에 제출한 범죄인 송환 요청에 따라 지난해 7월 뉴욕의 자택에서 미 법무부에 의해 체포된 뒤 구금 중이다.
매카시 판사는 다만 유씨를 한국으로 송환하는 최종 결정은 국무부 장관이라며, 국무장관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유씨의 구금 상태를 계속 유지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국무부 장관이 법원의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유씨의 한국 송환에 남은 절차는 국무장관의 최종 결정보다는, 그보다 앞서 진행될 인신보호청원 재판이다. 미국은 범죄인 인도 대상자도 자신의 구금이 부당하다며 인신보호청원을 할 권리가 있다.
유씨의 변호인인 폴 셰흐트먼은 매카시 판사의 결정 직후 <로이터> 통신에 “우리 의도는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해, 인신보호청원을 할 뜻을 내비쳤다.
인신보호청원 관련 재판이 3심까지 종결되려면 아주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는 한 2~3년은 소요될 것이라고 한 법률 전문가는 전했다. 이 절차까지 끝나야 국무장관이 최종 송환 결정을 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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