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의 도쿄 올림픽 참가국 자막 실수를 비판한 미국 <시엔엔>(CNN) 방송 인터넷 기사 화면 갈무리.
<문화방송>(MBC)이 도쿄 올림픽 개막식을 중계하면서 참가국들을 매우 부적절하게 소개한 것과 관련해, 주요 외신들이 잇따라 비판적인 보도를 내놓고 있다. 특히 <시엔엔>(CNN)은 26일 오전(한국시각) 이 사안을 인터넷 누리집 머릿기사로 전했다. 지난 25일 영국 <가디언>이 이 문제를 보도한 이후, 관련 국가는 물론 전 세계적인 논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시엔엔>은 올림픽 개막식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행사이고, 텔레비전 중계는 시청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나라와 선수들을 알아가는 기회인데, 한국의 한 방송사가 몇몇 나라들을 고착된 부정적 이미지로 묘사함으로써 큰 실수를 했다고 평가했다.
이 방송은 문화방송이 일부 국가를 소개할 때 묘사했던 ‘문제의 대목’들을 다시 상기시켰다. 아이티는 “대통령 암살로 정치적 상황이 혼미하다”, 시리아는 “지하자원은 풍부하나, 10년 동안 내전이 지속되고 있다”, 마샬군도는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이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미지를 내보는 것 등이 부적절한 소개의 사례로 언급됐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선수단이 입장할 때 피자, 노르웨이 선수단에는 연어, 루마니아에는 드라큘라, 엘살바도르에는 최근 법정통화로 인정한 비트코인 이미지를 끌어들인 것 등도 지적했다.
<시엔엔>은 문화방송의 실수가 온라인상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면서, 한국의 한 시민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언급했다. “문화방송 와우, 한국이 세월호 참사의 국가로 소개되면 어떻겠냐?”
미국 <뉴욕 타임스>도 이날 오전 ‘올림픽 퍼레이드에서 ‘부적절한’ 이미지를 사용한 방송사가 사과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올림픽 개막식 퍼레이드는 각국 시청자들에게 외교와 국제적 인식을 키워주며, 미디어는 퍼레이드를 보여줄 때 퀴즈 등 사소한 정보, 운동선수 프로필 및 지정학적 의미 등으로 방송 시간을 채운다”며 “그러나 한국의 한 방송은 부적절한 이미지를 사용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신문 역시 <문화방송>이 이탈리아 선수단 입장 때 피자 사진을, 노르웨이 선수단에는 연어 이미지를 사용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아울러 <뉴욕 타임스>는 “문화방송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참가국을 폄훼하는 자막으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며 “당시 수단을 내전 장기화로 불안정한 국가로, 짐바브웨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국가로 묘사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영국 일간 <가디언>은 문화방송이 일부 국가를 모욕적인 이미지로 묘사한 중계방송에 대해 사과했다는 보도를 했고, 이 보도를 통해 관련 국가 등에서 문화방송 자막 실수가 급속히 전파됐다. <가디언>도 아이티, 시리아, 우크라이나, 마샬군도 등에 대한 문화방송의 국가 묘사가 큰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가디언> 보도 뒤 해당 국가뿐만 아니라 서방 국가의 타블로이드판 신문들은 이 사안을 조롱하는 보도를 잇따라 내보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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