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26일(현지시각) 환자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카드를 보여준 뒤 체온 체크를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미국에서 일부 연방정부 기관과 지방정부들이 직원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감염 폭증과 백신 접종률 정체 속에 특단의 조처에 돌입한 것이다.
미 보훈부는 26일(현지시각) 연방 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소속 직원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데니스 맥도너 보훈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어 “이게 우리의 참전용사들을 안전하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이번 조처는 보훈부 직원들 가운데 환자를 직접 대하는 의사, 간호사 등 일선 의료 인력 11만5000명에게 적용된다.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직원은 8주 안에 접종받아야 한다.
<뉴욕 타임스>는 이같은 조처는 백신 접종을 독려하면서도 ‘의무화’하는 데에는 거리를 둬온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에서 큰 변화라고 짚었다.
뉴욕시와 캘리포니아주 또한 백신 접종 의무화 또는 코로나19 정기 검사 카드를 꺼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관, 교사 등 시 소속 직원 34만명에게, 학교가 개학하는 9월13일까지 백신 접종을 마쳐달라고 요구했다. 백신을 맞지 않을 경우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앞으로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해 추가 조처들이 뒤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지금 모범을 보여 선도하고 있다”며 뉴욕시의 민간 고용주들도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것을 촉구했다. 뉴욕 시민 중 500만명이 최소 1차례 백신을 맞았지만 아예 안 맞은 사람이 약 200만명에 이른다.
다만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대면 업무를 많이 하는 곳은 주정부보다는 시 단위 직원들이라며, 주정부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데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인구 약 4000만명으로 미 전체의 약 7.5%를 차지하는 최대 지방정부인 캘리포니아주도 약 24만6000명의 주정부 직원, 의료 종사자들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하기로 했다. 뉴욕시와 마찬가지로, 백신을 맞지 않을 경우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19가 다시 급증하면서, 미국의 민간 분야에서도 백신 접종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의사, 간호사, 약사 등을 대표하는 미국의사협회(AMA)와 미국간호사협회(ANA) 50여개 의료보건 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의료 종사자들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집계로, 요양원 종사자의 58.7%만 백신을 완전 접종했다.
미 법무부는 이날 백신 접종을 요구하는 게 연방법상 위법이 아니라는 의견서를 공개해, 공공·민간 분야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를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다만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백신 접종 의무화는 지방자치단체나 민간 회사, 기구 등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기존의 방침을 유지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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