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역도 선수 로렐 허버드(43)가 2일 도쿄올림픽 역도 경기를 마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성전환(트랜스젠더) 선수로 도쿄올림픽 여자 역도 경기에 출전한 뉴질랜드 선수 로렐 허버드(43)가 노메달로 경기를 마쳤다.
허버드는 2일 저녁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여자 역도 최중량급(87㎏ 이상) 경기에서 인상 부문 120㎏과 125㎏에 세 차례 도전했다가 모두 실패했다. 인상에서 주어진 기회를 한 차례도 살리지 못할 경우 용상 종목을 치르지 못한다. 긴장된 표정으로 경기에 임했던 허버드는 아쉬운 표정을 지은 채 무대 뒤로 걸어 들어갔다.
남성이었던 허버드는 ‘개빈’이라는 이름으로 105㎏급 뉴질랜드 남자 역도 선수로 활약했었다. 허버드가 남자 선수로 기록했던 최고 기록은 총 300㎏이다. 여자부 경기 개인 최고 기록은 285㎏이다. 지난 2017년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최중량급 경기에서는 인상 124㎏, 용상 151㎏을 들어 합계 275㎏으로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그가 남긴 기록은 없다.
허버드는 어린 시절 뉴질랜드 주니어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커지면서 23살에 운동을 그만뒀고 2013년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04년 성전환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고, 2015년에는 ‘성전환 수술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없애고 호르몬 수치를 새 조건으로 정했다.
허버드는 2015년부터 남성호르몬 수치 검사를 해왔고 2016년 12월 국제올림픽위원회 등이 제시한 테스토스테론 수치 아래로 떨어졌다.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선수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혈중농도가 최소 12개월 동안 리터당 10나노몰(n㏖) 미만일 경우 여성으로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현재의 호르몬 기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도쿄올림픽 이후 기준을 좀 더 완화할 계획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규칙 변경은 없다”며 허버드 선수의 올림픽 출전이 문제가 안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출전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이어졌고, 그와 함께 경쟁하게 된 선수들의 의견도 갈렸다. 허버드는 2017년 뉴질랜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내 역할이나 목표가 아니다. 그들이 나를 지지해주길 바라지만 그들에게 강요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