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에서 5일(현지시각) 열린 주요 20개국(G20) 보건장관 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보건장관들은 저개발국들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는 내용의 ‘로마 협정’을 채택했다. 로마/AP 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보건 장관들이 5~6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회의를 열고 저개발국들에 코로나19 백신을 공평하게 지원하는 내용의 ‘로마 협정’을 채택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6일 보도했다.
로베르토 스페란차 이탈리아 보건장관은 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어 가난한 나라에 대한 보건·경제 지원을 확대하고 더 많은 백신을 제공하는 데 합의했다며 “(백신) 불평등 수준이 매우 심각하며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의 일부분을 백신 없는 상태로 방치하면,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출현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며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말은 그 누구도 백신 접종 사업에서 소외되면 안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1쪽 분량의 로마 협정에는 구체적 경제 지원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로이터>가 지적했다. 이에 대해 스페란차 장관은 구체 지원 약속은 “(행동을 제약하는) ‘구속복’이 될 위험이 있다”며 중요한 것은 전세계 백신 보급에 대한 ‘정치적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10월로 예정된 주요 20개국 보건·재무장관 합동 회의에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개도국에 대한 백신 공급은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후원하는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주로 이뤄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올해 말까지 저소득 국가에 총 20억회 접종 분량의 백신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지만, 현재까지는 139개국에 2억3천만회 분량을 공급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자 나라들은 코로나19 백신을 독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백신 접종 완료자들에 대한 추가 접종(부스터샷)까지 하면서 ‘백신 부익부, 빈익빈’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와 많은 보건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추가 접종을 하는 것보다는 백신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저개발국에 백신을 보급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스페란차 장관은 생태계 전체의 건강을 돌보는 ‘하나의 건강’ 접근법을 전세계에 촉구했다고 <안사> 통신이 전했다. 스페란차 장관은 “우리는 사람, 동물, 환경을 하나의 생태계로 보고 현재와 미래의 보건 위기에 대응하는 ‘하나의 건강’ 접근법에 투자하기를 원하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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