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과테말라에서 한 노인이 차에 앉은 채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과 세계보건기구의 유명 과학자들이 13일(현지시각) 학술지에 발표한 글에서 일반인 대상 백신 추가접종이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테말라시티/AFP 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세계보건기구(WHO) 소속 유명 과학자들이 13일(현지시각) 영국의 유명 의학 학술지 <랜싯>에 기고한 글에서 일반인 대상 코로나19 백신 추가 접종(부스터샷)이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백신의 효능에 관한 각종 연구들을 검토한 결과, 델타 변이 확산세와 상관 없이 백신이 훌륭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이들은 “백신 접종률이 아주 높은 인구층에서도,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주요 경로는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이라며 “(백신 추가접종 대신) 백신을 아직 맞지 못한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면 훨씬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추가접종을 실시할지, 실시한다면 언제할지에 대한 결정은 적절하게 통제된 임상시험 자료와 실제 현장 자료를 세심하게 분석한 뒤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글을 쓴 저자 가운데는 미 식품의약국의 백신 전문가인 필 크로스 박사와 매리언 그루버 박사가 포함되어 있다. 수미야 스와미나탄 세계보건기구 수석 과학자를 비롯한 3명의 세계보건기구 과학자, 미국·영국·프랑스·인도·남아공 등의 주요 백신 연구자들도 저자로 참여했다.
보건법 전문가인 미국 조지타운대학의 래리 고스틴 교수는 이들의 글이 “불에 기름을 붓듯” 일반 미국인들에게 백신을 추가접종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자들은 “델타 변이가 전세계로 확산한 이후 미국·유럽 등 전세계의 연구 결과를 검토했다”며 “그 어떤 연구도 중증 발병을 억제하는 백신의 보호 효과가 감소한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인체는 여러 층의 면역을 형성하기 때문에 항체 수준이 점차 떨어진다고 해서 전체적인 (면역) 효능이 꼭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며 “경증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백신의 효능이 감소한다고 중증 발병을 막는 효과도 함께 떨어질 것으로 예측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저자들은 추가접종을 너무 빨리, 너무 자주 실시하면 백신 부작용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면역 능력이 떨어진 이들에 대한 백신 추가접종 필요성은 이들도 인정했다.
이스라엘이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백신 추가접종을 실시하고 있으며, 미국·영국 등 주요 국가들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광범한 추가접종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는 그동안 꾸준히 추가접종을 중단하고 개도국 등에 우선 백신을 보급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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