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P 연합뉴스
“머스크, 60억 달러면 4200만명 살릴 수 있다.”(10월19일,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
“그 돈으로 세계 기아 해결할 방법 설명하면 당장 내겠다.”(10월31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표현이 정확하지 않다. 세계의 기아가 아니라 4200만명의 목숨이다.”(11월1일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
세계 최대 부호와 세계식량계획(WFP)이 세계의 기아 문제를 놓고 가시 돋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언쟁이 세계 기아 해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온도 차이가 적지 않아 보인다.
논쟁은 지난달 19일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이 트위터를 통해 세계 최고의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창업자)를 제치고 세계 최대 부자가 된 것을 축하한다. 2210억 달러라니. 축하의 뜻으로, 일생일대의 기회를 주겠다. 단돈 66억 달러면, 4200만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제안은 곧 만료된다, 생명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초 테슬라의 주가 상승으로 세계 최대 부자가 된 머스크를 지목하며, 그의 자산의 3%(66억 달러)만 있어도 4000만명 넘는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이어 “올해 4200만명이 기아 위기에 놓였다. 머스크, 당신의 재산은 어제 60억 달러가 늘었다. 재앙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딱, 그 금액이다. 제발 도와달라”는 트윗을 덧붙였다. 비즐리는 26일에는 <시엔엔>(CNN)에 출연해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세계 최대 부자에게 기부를 촉구함과 동시에 극단적인 부의 쏠림 현상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세계식량계획은 유엔(UN) 산하 인도주의 기구로 긴급 상황에서의 생명 구조와 식량 안보 개선 등을 목표로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위쪽)가 지난달 31일 “60억 달러로 세계 기아 문제 해결하면 당장 내겠다”는 트위트를 올리자, 이튿날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아래쪽)이 “제목이 정확하지 않다. 세계 기아 문제가 아니라 4200만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내용의 트위트를 올렸다. 트위터 갈무리
닷새 뒤인 지난달 31일 머스크로부터 반응이 나왔다. 머스크는 트위터 댓글 형태로 “만약 세계식량계획이 60억달러로 세계의 기아를 해결하는 방법을 트위터에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다면, 저는 지금 당장 테슬라 주식을 매각해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다만 대중들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회계가 공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 전문가인 엘리 데이비드도 비즐리 사무총장의 요청에 의문을 나타냈다. 세계식량계획이 지난해에만 84억달러를 모금했는데 왜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냐는 지적이다.
이튿날인 1일 비즐리 사무총장이 대응했다. 그는 본인 트위터에 머스크와 비즐리를 거론하며 “제목이 정확하지 않다. 60억달러로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다만 지정학적 불안정과 대량 이주를 예방하고 굶주림에 직면한 4200만명을 구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본인이 애초 60억달러로 세계의 기아 문제 전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얘기한 게 아니라, 위기에 처한 4200만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머스크를 향해 “트위트 대신 직접 만나서 보여주겠다. 지구든 우주든 상관없다. 당신이 세계식량계획의 직원들과 과정, 기술 등을 볼 수 있는 현장에서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머스크의 자산은 1일 현재 3110억달러(약 365조3350억원)로 한 달 전보다 900억 달러 증가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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