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으로 들어가기 위해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 지역으로 모여든 난민들이 17일(현지시각) 식사를 배급받고 있다. 브루즈기/타스 연합뉴스
폴란드와 벨라루스의 국경에서 떠도는 난민들을 사실상 방관하던 유럽연합(EU)이 17일(현지시각) 지원 물품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벨라루스는 국경 주변에서 노숙하던 난민 일부를 주변 지역 창고에 임시 수용했다.
유럽연합은 이날 70만유로(약 9억5천만원)어치의 식료품, 담요 등 지원 물품을 벨라루스에 머무는 난민들에게 보내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결정은 유럽연합이 난민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후 나온 것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추가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지만, 벨라루스 정권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벨라루스가 난민 사태를 의도적으로 유발한 만큼 위기를 해결하는 것도 벨라루스 책임이라는 주장이다. 유럽연합은 벨라루스가 인권 탄압에 대한 유럽연합의 제재에 보복하려고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고 거듭 주장했다. 반면, 벨라루스는 의도적으로 위기를 조장했다는 걸 부인하면서 유럽연합이 제재를 풀지 않는 한 난민 위기 해결을 도울 수 없다고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벨라루스는 폴란드 국경 주변에서 노숙하던 난민 수백명을 이날 국경에서 500m 떨어진 창고 건물에 수용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런 조처는 전날 폴란드 국경수비대와 일부 난민이 물리적 충돌을 빚자, 사태가 더욱 악화되는 걸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창고 건물에 수용된 한 이라크 쿠르드족 난민은 벨라루스가 자신들을 이라크로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3일 만에 다시 전화 통화를 했다. 독일 정부는 이날 통화 뒤 메르켈 총리가 “인도적 지원과 함께 사람들의 본국 송환을 도울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발표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출신이 대부분인 난민들은 최근 유럽연합에 들어가기 위해 폴란드 국경 근처로 몰려들었으며, 이 와중에 지금까지 적어도 8명이 숨졌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난민들은 폴란드 입국이 어려워지자, 또다른 유럽연합 회원국인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입국도 시도하고 있다.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을 통해 무단으로 독일에 도착한 이들도 이미 상당수에 달해, 10월에만 5285명이었다고 독일 경찰이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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