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푸틴은 왜 우크라이나에 집착할까

등록 2021-12-10 18:42수정 2021-12-11 15:08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국경을 맞댄 돈바스 지역에 ‘멈춤’(STOP) 경고 팻말이 서 있다. 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국경을 맞댄 돈바스 지역에 ‘멈춤’(STOP) 경고 팻말이 서 있다.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명에 가까운 러시아군이 집결하면서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을 열어 담판에 나섰다. 그러나 회담은 가시적 성과 없이 끝났다. 바이든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강력한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자, 푸틴은 “나토가 우크라이나까지 확장하지 않는다고 보장하라”며 맞불을 놓았다. 그나마 성과라면, 두 정상이 실무진에게 후속 작업을 지시해 절충의 여지를 남겨놓은 것 정도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옛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했다. 냉전 시절 한 울타리에 있던 러시아와 갈라져 딴살림을 차린 지도 벌써 3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를 놓아주지 못하는 걸까.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월 크렘린궁 누리집의 글에서 1천년 전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며 두 나라의 역사적 동질성을 주장했다. 그는 두 나라가 중세 국가 ‘키예프 루스’에서 기원한 ‘한 민족’으로 역사와 언어, 종교적으로 연결된 공동체라며, 현재의 분열은 “재앙”이라고 했다. 또 서구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공격용 발판”으로 노리고 “위험한 지정학 게임”을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우크라이나 고유의 문화를 부인하고 자신의 영토적 야심을 정당화하려는 ‘제 논에 물 대기’라는 싸늘한 반응만 얻었다. ‘우크라이나 역사연구소’ 소장(현 폴란드 마리퀴리대학 교수)이었던 게오르기 카시아노프는 “과거에는 다른 맥락이었던 역사적 사실을 현재 입장에 맞춰 재해석한 것”이라며, 예컨대 푸틴이 말하는 민족은 19세기 후반에 나온 개념이라고 비판했다. 푸틴의 논리가 역사의 외피를 두른 정치적 선전이라는 의심은, 그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이 “러시아와의 파트너십에서만 가능하다”고 선을 그을 때 더욱 짙어진다.

소련은 1990년 독일 통일을 용인하는 대가로 ‘나토가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공염불이 됐다. 나토는 폴란드, 체코 등 옛 공산권에 이어 발트3국까지 회원으로 흡수하며 동진했다. 러시아로서는 2천㎞에 가까운 국경선을 맞댄 우크라이나에 나토군이 들어오는 상황까지 더는 감내할 수 없다고 여긴 것 같다. 그러나 자기 이익을 위해 약소국을 짓밟을 수 있다는 일방통행은 패권 논리로 읽힌다.

두 나라의 갈등에는 푸틴의 책임도 있다. 푸틴은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시민 봉기로 친러 정부가 무너지자, 크림반도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 동남부 러시아계 주민의 반란을 부추기고 지원했다. 지난 7년 동안 1만4천명이 희생된 무력 충돌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의 여론 지형은 이를 계기로 급격히 변했다. 2008년엔 러시아와 연대를 바라는 우크라이나인이 51%였지만, 2021년엔 거꾸로 나토 가입 지지자가 58%로 늘었고 러시아와 연대는 10%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나토는 2008년 우크라이나의 회원 가입을 약속했지만, “회원국 간 이견이 남아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행을 미루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군사 위협을 나토 가입의 명분으로 삼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위협으로 여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원하는 안전 보장과 나토 가입 카드를 주고받아 갈등을 해소할 순 없는 걸까.

박병수 국제부 선임기자 su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머스크 “아직 F-35 만드는 멍청이들”…국방예산 삭감 정조준 1.

머스크 “아직 F-35 만드는 멍청이들”…국방예산 삭감 정조준

일본 적반하장…‘한국이 오보 하나로 사도 추도식 불참’ 프레임 2.

일본 적반하장…‘한국이 오보 하나로 사도 추도식 불참’ 프레임

‘세계 최강’ 미국 조선업·해군이 무너지고 있다…한국엔 기회 3.

‘세계 최강’ 미국 조선업·해군이 무너지고 있다…한국엔 기회

유전 발견된 수리남, 국민 1인당 750달러씩 나눠주기로 4.

유전 발견된 수리남, 국민 1인당 750달러씩 나눠주기로

트럼프 관세전쟁 포문…“멕시코·캐나다 25%, 중국 10% 추가” 5.

트럼프 관세전쟁 포문…“멕시코·캐나다 25%, 중국 10% 추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