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의 대결을 보여주는 일러스트. 로이터 연합뉴스
대만이 오는 4일 저녁 열리는 중국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하려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설득을 받아들여 참석하기로 했다. 대만이 애초 개막식 불참을 결정한 데는 중국과 예민하게 대립하는 ‘국호’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4일 개막식에서 대만이 어떤 이름으로 등장할지 관심이 쏠린다.
대만 <중앙통신>은 1일 “방역과 교통 문제로 개·폐막식에 불참할 방침이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 헌장을 준수해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에 협조하고 올림픽 단결이라는 기본원칙 준수를 위해 선수단이 참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대만 정부는 지난달 29일 베이징 올림픽 개·폐회식에 모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수들이 미국과 스위스 등에서 훈련하고 있어 개막식에 맞춰 베이징에 도착하기 어렵고, 경기를 마치면 하루 이틀 뒤 중국을 떠나야 해 폐막식이 열리는 이달 20일까지 남을 선수가 거의 없다는 이유였다.
물론, 실제로는 더 예민한 ‘호칭’ 문제가 깔려 있었다. 대만이 불참 결정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달 28일 중국 정부 당국자가 기자회견에서 대만의 호칭을 대만이 원하는 ‘중화 타이베이’가 아닌 ‘중국 타이베이’라고 불렀고, 이것이 대만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 규정상 대만의 명칭은 타이베이를 수도로 하는 중국계 국가라는 뜻인 ‘차이니즈 타이베이’(Chinese Taipei)이다. 하지만, 대만은 이를 한자로 표기할 때는 정식 국호인 ‘중화민국’을 반영해 ‘중화 타이베이’라고 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뜻을 담아 ‘중국 타이베이’라고 부른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닛칸스포츠>는 29일 ‘중국과 대만이 대만의 호칭 문제로 또 신경전을 벌였다’고 전했다.
앞서 2008년 열린 베이징 여름올림픽 때도 중국과 대만은 명칭 문제로 신경전을 벌였었다. 하지만, 결국 대만을 ‘중화 타이베이’라고 불렀다. 당시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현재처럼 나쁘지 않았고, 대만의 개막식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4일 개막식 때 대만이 어떤 이름으로 등장할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대만이 국제올림픽 위원회의 요청에 응하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입장을 바꾼 것을 보면, 이번에도 ‘중화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베이징/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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