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호텔에 수용 중인 러시아 선수가 올린 식사. 인스타그램 갈무리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참석하려다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으로 격리 중인 선수들에게 형편 없는 식사가 제공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러시아 올림픽 선수단 소속의 여자 바이애슬론 선수 발렐리아 바스네초바가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을 통해 격리 호텔의 열악한 상황을 폭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바스네초바 선수는 지난 3일 올린 글에서 “위장에 탈이 났고, 날로 창백해지고 있다. 모든 게 끝났으며 좋겠다. 매일 울고 있다. 이제 지쳤다”고 썼다.
바스네초바 선수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5일째 먹고 있는 음식”이라며 사진도 올렸다. 사진에 보이는 음식은 검은 색과 흰 색의 고기 약간, 감자, 파스타와 파스타 소스가 전부였다. 그는 다른 음식은 도저히 먹을 수 없어서 파스타만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바스네초바 선수와 달리 선수단 소속 의사는 훨씬 더 좋은 음식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호텔에 격리 중인 러시아 선수단의 한 의사는 신선한 과일과 샐러드, 새우 요리 등이 포함된 식사를 제공받은 사진이 공개됐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이에 대해 바스네초바 선수는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선수들이기 때문에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베이징 겨울철 올림픽 선수촌에서 보안 요원들이 보호 장비를 갖춘 채 일하고 있다. 베이징/타스 연합뉴스
바스네초바 선수가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린 이후에는 식사가 많이 개선됐다. 러시아 바이애슬론 팀의 대변인 세르게이 아베랴노프는 5일 연어, 오이, 소시지, 요거트 등이 포함된 바스네초바 선수의 식단 사진을 공개했다.
격리 호텔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독일 팀은 공개적으로 시설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독일 노르딕 복합 경기 선수 에리크 프렌첼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이후 디르크 시멜페니흐 선수단 단장은 호텔의 열악한 상황을 공개 비판했다고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이 보도했다. 시멜페니흐 대표는 더 넓고 위생적인 방과 꾸준한 음식 공급을 요구했다.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증상이 없는 코로나19 양성 판정 선수들은 격리 호텔에 수용하고 있으며, 증상이 있는 선수는 병원에 입원시키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