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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올림픽 역사상 가장 작은 성화, 어쩌면 못 볼 뻔했다

등록 2022-02-07 11:43수정 2022-02-07 12:45

장이머우 감독 “환경보호 뜻 담아”
빛·전기 고민했으나 ‘불’ 대체 안돼
IOC, 수차례 “정말?” 되묻다 동의
연료로는 미래 에너지 ‘수소’ 사용
4일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가 타오르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4일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가 타오르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올림픽 역사상 가장 작은 성화로 기록될 베이징 겨울올림픽의 성화를 어쩌면 볼 수 없었을지 모른다. 가느다란 성화봉 하나로 구성된 이번 올림픽의 성화 규모가 너무 작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쉽게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저녁 베이징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행사 맨 마지막에 등장할 성화 점화 방식이었다. 중국 당국은 최종 성화 점화 주자는 물론 성화 점화 방식까지 비밀에 부치면서 “가장 독특한 방식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끌어올렸다.

결과적으로 이런 기대는 반은 충족됐고, 반은 충족되지 않았다. 최종 성화 주자로 나선 두 명의 20대 중국 선수들은 1m가 채 되지 않는 성화봉 하나를 눈 꽃송이 모양 거대 구조물의 한가운데 꽂는 방식으로 성화를 점화했다. “신선하다”는 반응과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엇갈렸지만, 아무도 예상 못 한 방식인 것만은 분명했다.

중국 유명 영화감독으로 이번 올림픽 개·폐막식 총연출을 맡은 장이머우 감독은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중국청년보> 등과의 인터뷰에서 성화봉 하나로 성화 점화 방식을 결정하게 된 배경을 털어놨다.

장 감독은 이번 올림픽의 핵심 기조인 ‘녹색 올림픽’을 표현하기 위한 방식을 고민했다고 했다. 그는 “거대한 불꽃이 인류의 올림픽 정신의 구현일 수 있는데, 그게 환경을 보호하는 거냐”라며 작은 화염의 성화를 어떻게 구현할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2008년 여름올림픽 때 체조 영웅 리닝의 몸에 줄을 묶어 하늘을 나는 퍼포먼스로 거대한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당시 성화는 한 시간에 약 5천㎥의 가스를 소비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 때문에 성화를 실제 ‘불’이 아닌 전기나 빛으로 대체하는 아이디어도 나왔지만, 올림픽 전통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 고민 끝에 최종적으로 선택된 방식은 성화를 전달하는 데 쓰이는 성화봉 하나로 성화를 대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난관이 남아 있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중국 올림픽 당국은 국제올림픽위원회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 직원을 보내 성화 점화 방식을 설명했다. 장 감독도 동영상을 통해 “우리는 성화 점화 방식을 개혁하기를 희망한다”며 의의를 설명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중국 올림픽 당국에 “정말 이 방식으로 결정했냐”고 수차례 문의한 뒤 내부 토론을 거쳐 최종 동의했다. 장 감독은 “그들은 ‘그래도 불이 있으면 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또 하나 있다. 성화의 연료로 미래 에너지로 불리는 수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수소를 사용한 가장 작은 성화를 통해 저탄소와 환경 보호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것이다. 작게 빛나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의 수소 성화는 20일까지 17일 동안 어둠을 밝힌다.

베이징/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베이징 겨울올림픽 성화 전달에 쓰인 성화봉. 신화 연합뉴스
베이징 겨울올림픽 성화 전달에 쓰인 성화봉.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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