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신임 총리(가운데)가 11일 의회에서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AP 연합뉴스
임란 칸 전 총리의 불신임안을 통과시킨 파키스탄 의회가 야당인 파키스탄무슬림연맹 나와즈파(PML-N) 당대표인 셰바즈 샤리프를 신임 총리로 선출했다. 칸 전 총리는 대규모 집회를 독려하며 ‘조기 총선’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
12일 <돈> 등 현지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파키스탄 의회는 전날 오후 의사당으로 향하는 모든 길목을 차단하는 등 삼엄한 분위기 속에 신임 총리 선출을 위한 표결에 나섰다. 칸 전 총리가 이끄는 원내 제1당인 파키스탄정의행동(PTI) 소속 의원들은 표결에 앞서 집단 사임했다. 샤리프는 칸 전 총리 불신임안 가결 때와 동수인 174표를 얻어 신임 총리로 당선됐다.
파키스탄 최대 지역인 펀자브주 주도 라호르의 부유한 기업인 집안 출신인 샤리프 신임 총리는 나와즈파를 이끌고 세차례나 총리를 지낸 나와즈 샤리프의 친동생이다. 그는 펀자브주 총리를 세차례 지낸 뒤 2018년 중앙 정치무대로 진출했다.
의회의 불신임안 가결을 두고 야권이 반미·친중 성향인 자신의 실각을 원하는 미국과 결탁했다고 주장했던 칸 전 총리의 비난을 의식한 듯, 그는 이날 당선 인사말에서 “관련 증거가 하나라도 나오면 즉각 사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칸 전 총리는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며, ‘조기 총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위터에 “13일 페샤와르에서 ‘외세가 부추긴 정권 교체’로 총리직에서 축출된 이후 첫 종교행사에 참석한다”며 “모두 모이기를 바란다. 파키스탄은 독립 주권 국가이지 외세의 괴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즉각적인 총선을 요구한다. 국민들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총리를 뽑도록 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알자지라>는 현지 전문가의 말을 따 “불신임안 가결 당일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항의 시위가 벌어진 것은 칸 전 총리가 여전히 대중적 인기가 있음을 보여줬다”며 “칸 전 총리가 조기 총선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의회 내에서 싸우는 대신 거리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짚었다. 파키스탄 차기 총선은 내년 8월로 예정돼 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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