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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중, 군사훈련 한반도 서해까지…한국, 미-중 틈새 줄타기 위태

등록 2022-08-07 16:55수정 2022-08-08 07:40

중국, 대만 바다 여섯면 72시간 훈련 뒤
발해·서해 남부 등서 군사훈련 이어갈듯
군용기 대만해협 중간선 대규모 넘는 등
중 군사위협 일상화 ‘뉴 노멀’ 우려 커져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가 대만에서 가까운 푸젠성 핑탄섬 상공을 날고 있다. 푸젠/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가 대만에서 가까운 푸젠성 핑탄섬 상공을 날고 있다. 푸젠/로이터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문 직후 대만을 포위한 채 72시간 동안 이어진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훈련이 7일 낮 끝났다. 중국군은 이 기간에 섬 전체를 봉쇄하고 상공을 가로지르는 탄도미사일을 쏘는 등 1~2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사실상의 침공 ‘예행연습’을 벌였다. 중국이 훈련을 서해 남부와 보하이만(발해만)까지 확대하며 대만해협의 긴장이 한반도 주변에까지 다가선 모양새다. 미·중의 힘과 힘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일상화(뉴 노멀)되면 한반도 안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게 될 수밖에 없다.

중국 해사국은 5~6일 누리집을 통해 장쑤성 롄윈강시와 접한 하이저우만 해상에서 6일부터 15일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흘 동안 실탄 사격 훈련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 기간에 이 지역 5개 해역엔 안전을 위해 선박 진입이 전면 금지된다. 중국 해사국은 이와 별도로 랴오둥반도의 끝에 자리한 뤼순에 면한 보하이만에서도 8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한달간 군사 임무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훈련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선박의 항행을 금지한 것으로 봐 실탄 사격 훈련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 공개된 군사훈련은 대만에 대한 군사 압박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대만과 면해 있는 동부 전구뿐 아니라 북부 전구와 남부 전구에 속한 함대도 동원되니, 이들도 훈련해야 한다. 중국은 2020년 8월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장관이 대만을 방문한 뒤에도, 그달 11일부터 9월 말까지 보하이만·서해·동중국해·남중국해 등 4개 해역에서 연달아 군사훈련을 했다. 이 훈련이 한국을 겨냥하는 것이라 보긴 힘들지만, 대만 위기가 일상화되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대만 유사사태 때 주한미군을 동원하는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 시작될 수 있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일본 자위대처럼 한국도 군사적 기여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고개를 들 수 있다. 대만 위기가 일상화되는 것은 한국이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없는 중대한 안보 상황의 변화인 셈이다.

이에 앞서 진행된 중국군의 무력시위 역시 유례를 찾기 힘든 매우 강도 높은 군사훈련이었다. 중국군은 4일 대만을 향해 둥펑 계열의 탄도미사일 11발을 쐈다. 이 가운데 4발이 역사상 처음 대만 상공을 가로질렀다. 대만 국방부는 그날 밤 “주요 경로가 대기권 밖에 있어 대만 지상 지역에 아무런 해가 없다”며 국민을 안심시키려 했다. 중국군은 훈련 기간 내내 장거리포를 쏘고, 군용기와 전함을 대만해협에 보내 실탄 사격 훈련을 했다.

중국 군용기의 대만해협 통과도 날마다 수십대씩 대규모로 이뤄졌다. 2020년 8월 미 보건장관 방문 때 중국 군용기 2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큰 논란이 됐는데, 3일과 4일에는 각각 22대가 중간선을 넘은 데 이어, 5일에는 무려 68대가 중간선을 넘었다. 이런 훈련 내용을 두루 살펴보면, 첫날 대만 중심부와 군사기지, 공항 등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해 무력화시키고, 이틀째엔 본토의 미사일 전력과 해·공군이 합동으로 주변 함선들을 제거한 뒤, 사흘째엔 대만 본섬에 대한 전면 공격에 나서는 훈련을 진행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6일 밤 중국 동부전구는 이날 “육지를 타격하는 훈련”을 했다고 밝혔고, 대만 국방부도 이날 공식 트위터를 통해 “대만을 공격하는 모의훈련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6일 대만 신주 공군기지에서 대만군의 미라주2000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신주/EPA 연합뉴스
6일 대만 신주 공군기지에서 대만군의 미라주2000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신주/EPA 연합뉴스
중국은 펠로시 의장에게 ‘뺨을 맞은’ 이번 상황을 거꾸로 대만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독립 세력에게 확실한 경고를 보내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멍샹칭 중국 국방대 교수는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 출연해 △대만에 가장 근접해 훈련이 이뤄졌고 △대만 바다 여섯 면을 포위했으며 △대만 상공을 가로지르는 미사일을 쏜 것 등을 성과로 꼽으며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 어떤 방식이든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만 독립 세력과 외부 간섭 세력에게 타격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대만은 중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대항하는 맞불 훈련을 진행하면서도 중국의 강도 높은 훈련이 일상화되는 새 균형(뉴 노멀)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대만 국방부는 6일 “탄도미사일 발사와 대만해협 중간선 침범과 같은 중국군의 활동은 매우 도발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미국 백악관도 같은 날 대변인 성명에서 “중국은 이런 활동(중국의 군사훈련)을 통해 현상을 변경하려 하고 있다. 이는 도발적이고 무책임하며 오판의 위험성을 키운다”고 주장했다.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 상황이 일상화되면 이에 맞서기 위해 미-일 동맹은 한층 더 강화되고, 한국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29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 뒤 발표 자료에서 “두 장관이 한반도의 안보 환경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폭넓은 이슈에 대해 논의”했고, “한·미·일 삼각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이미 한-미 동맹을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위협에도 맞설 수 있게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칫하면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줄타기’를 해야 하는 한국에 재앙과 같은 상황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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