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장관이 8일 오후 중국 칭다오 자오둥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박 장관은 9일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한다. 외교부 제공
박진 외교장관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장관)의 9일 회담을 앞두고 중국 관영 매체가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칩4(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가입 문제 등을 견제하는 사설을 실었다. 칩4에 대해선 이전보다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한국이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외교를 견지하면 자연히 존중을 받을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중국은 이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만을 거쳐 지난 3~4일 한국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설은 “중국 사회는 한국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외교와 중국에 대한 합리성, 특히 일본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합리성을 보인 것으로 간주한다”며 “그 결과 한국은 중국 사회로부터 인정과 존중을 받았다”고 적었다.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과 직접 회담을 피했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5일 조찬을 함께하며 환대했다.
이어 전임 문재인 정부가 취한 대중 정책의 핵심인 3불 정책(사드 추가 배치,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과 관련해 사드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사설은 “사드 배치 문제는 중대한 숨겨진 위험으로, 중-한 관계에서 피할 수 없다”며 “우리는 한국이 자국의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지만, 이런 조치는 한국의 우호적인 이웃인 중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기초 위에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사드는 미국이 동북아시아에 박아 넣으려 하는 쐐기이며, 목적은 지역 정세를 교란해서 어부지리를 얻는 것”이라며 “한국은 친구(미국)가 건네준 칼을 절대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사설은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두고 미국이 진행 중인 ‘공급망 재편’ 작업 가운데 하나인 한국의 칩4 가입 문제에 대해선 “한국이 부득이 미국이 짠 소그룹에 합류해야 한다면, 한국이 균형을 잡고 시정하는 역할을 하기를 국제사회는 기대한다”며 “이는 한국의 독특한 가치를 체현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그동안 칩4에 대해 “한국은 미국의 위협에 맞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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