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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이란 핵 견주면 북핵은 쉽죠” 한반도에도 ‘비핵’ 훈풍 불까

등록 2022-09-03 12:00수정 2022-09-03 12:19

[한겨레S] 이란 핵합의, ‘닮은꼴’ 북한엔 어떤 영향?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앞줄 오른쪽)이 지난해 2월 이란 테헤란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앞줄 왼쪽) 이란 외교장관과 만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앞줄 오른쪽)이 지난해 2월 이란 테헤란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앞줄 왼쪽) 이란 외교장관과 만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란 핵 문제에 비하면, 북핵 문제는 풀기 쉽죠.”

2006년에 만났던 로버트 아인혼이 필자에게 한 말이다. 아인혼은 미국 클린턴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 때, 북한과 이란을 중심으로 핵 비확산 및 제재 문제를 다뤘던 고위 관료 출신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북핵 해결은 훨씬 까다롭고 어려워졌다. 솔직히 불가능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년 이래 북핵과 이란 핵은 세계 비확산의 양대 문제처럼 간주되어왔다. 북한은 미국이 2002년 말에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파기하자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면서 본격적으로 핵무장의 길로 나섰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발전용을 넘어 무기용이 아니냐는 의혹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두 나라는 2002년 초 조지 W. 부시 행정부로부터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이자 선제공격 대상으로 지목당한 ‘동병상련’도 안고 있다. 미국이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강행하면서 북한과 이란을 최대 구실로 삼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특징들은 이란 핵합의가 부활하면 어떠한 형태로든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뜻한다. 우선 세계의 양대 핵 비확산 문제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어온 이란 핵 문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를 북핵 협상의 “좋은 모델”이라고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대북정책에 활기가 생길 수도 있다. 동시에 이란 핵 문제의 해결은 북한위협론의 ‘효능감’을 높이게 될 수도 있다. 미국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한 군산복합체의 입장에선 말이다.

이란 핵합의의 복원 여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 과정에서 확인된 다자 틀의 효과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두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하나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치열한 경쟁과 위험한 갈등을 겪으면서도 이란 핵합의 복원 과정에선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핵 비확산은 국제사회의 규범이라는 공통의 인식이 아직 살아 있고 세 강대국이 이란 핵합의의 당사자들이라는 특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유럽 주요국의 활약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중재하고 최종 문안을 만들어 회람하고 있다. 이러한 주도적 역할이 가능한 이유도 이들 나라가 애초부터 이란 핵합의의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럼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는 다자 틀은 있을까? 사람들 뇌리에서 잊혀가지만, 2003년에 시작돼 2008년까지 계속된 6자회담이 있다. 이 회담의 당사자 6자는 남북한을 비롯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다.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가 꽉 막힌 상황에서 6자회담의 재개를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 이란의 사례는 이것이 가능하고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과 이란의 직접 대화가 여의치 않자 양쪽과 대화가 가능한 유럽연합(EU)이 메신저를 자처하고 나섰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6자회담의 의장국인 중국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란 사례는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도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 나라가 당사자인 6자회담의 재개는 불가능할까? 6자회담은 한사코 남북, 북-미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을 마지못해 대화로 나오게 만드는 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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