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서부 윈저성 외곽에서 한 어린이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헌화를 위해 꽃다발 두 개를 들고 있다. 여왕의 장례식은 19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런던/AFP 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에게 전용기와 헬리콥터 이용을 자제하고 민간 여객기와 버스를 탈 것을 요구했으나, 반발이 제기되자 단순한 지침일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12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장례식에 참석하는 세계 왕족과 정상의 이동 수단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현실성에 대한 의문 등이 제기되자 ‘단순한 지침’이라고 물러섰다. 19일 열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주요 정상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전례 없는 외교 모임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장례식에 참석하는 세계 주요 인사들이 영국 내에서 버스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11일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세계 정상들이 런던 서부에서 대규모로 버스를 타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매체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공항 혼잡을 이유로 전용기 대신 민간 항공기를 이용할 것을 권장했고, 장례식 참석 인원 역시 정상과 배우자로 한정했다.
영국 정부는 이 문서에서 “공간이 제한돼 가족이나 직원, 수행원 같은 다른 인원은 입장할 수 없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장례식에 참석하는 대표단을 가능한 한 작게 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방침은 곧바로 반발을 불렀다. 런던에 본부를 둔 한 외국 대사는 “버스를 탄 조 바이든을 상상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영국 정부는 한발 물러섰다. 리즈 트러스 총리의 대변인은 12일 “각국 정상마다 계획은 다를 것”이라며 논란이 된 안내문에 대해서는 “단순한 지침(가이드라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첩보원을 지낸 안보 전문가 티모시 밀러는 <가디언>에 “중요한 것은 미국 대통령은 민간 항공기나 버스를 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종류의 행사에서는 초청하는 나라가 대통령의 안전을 보장해 왔다. 대통령의 안전과 관련해 경호처가 타협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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