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중국 베이징 중심부의 톈안먼(천안문) 광장에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다. 베이징/ AFP 연합뉴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 대회)가 16일 오전 10시(현지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5년 만에 개막한다. 10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18차 당 대회에서 후진타오 전 주석으로부터 권력을 이어받은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번 당 대회에서 1980년대부터 자리 잡은 중국 최고 지도자 ‘10년 통치’(2연임)의 관례를 깨고 3연임을 확정할 것이 확실시된다. 중국의 국부인 마오쩌둥(1949~1976년 통치) 전 주석 이후 중국 정치인 중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인 최소 15년 통치의 길을 가는 것이다.
14억명이 사는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자, 세계 2위 경제 국가인 중국 최고 지도자의 유례 없는 행보를 세계가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전날까지 베이징 시내에 극심하게 깔렸던 미세먼지가 이날은 맑게 걷혔지만, 중국의 정치적 앞날은 희뿌연 상태에 들어간 듯 보였다.
이날 개막 행사가 열린 인민대회당을 비롯해 근처에 있는 톈안먼 광장, 창안제(대로), 국가박물관, 국가대극원 등 베이징 중심부 전역에는 공안과 사복 경찰이 깔리고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처지는 등 철통 경계가 펼쳐졌다. 개막 사흘 전인 지난 13일 베이징 시내에서 시 주석 3연임에 반대하는 돌발 시위가 벌어진 탓에, 이날 베이징 전역은 평소보다 훨씬 강한 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이날 개막 행사에서 당 총서기인 시 주석은 전국 각 지역과 부문별로 선출된 당 대회 대표(대의원) 2296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7년 19차 당 대회 이후 5년간 당의 성과와 업적을 강조하고, 공산당의 새로운 과제를 담은 업무 보고서를 낭독할 예정이다. 중국이 당면한 국제 정세와 국내 상황 등을 설명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시 주석과 공산당을 중심으로 꾸려진 영도 체제를 더욱 강화하자는 내용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화민족의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과 미국을 넘어선 초강대국 건설을 목표로 한 ‘건국 100년(2049년)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 분배를 강화하는 ‘공동부유’ 등이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0년 전인 2012년 11월8일 18차 당 대회에서는 퇴직을 앞둔 후진타오 전 주석이 업무보고에 나서 “부패에 반대하고 깨끗한 정치를 건설하는 것이 중요한 정치과제”라며 “서방 정치 모델을 절대로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당의 지도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실제 시 주석 임기 내내 실행됐다.
2012년 시 주석이 중국 최고 지도자로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을 때, 중국 안팎의 기대는 높았다. 그가 중국을 한층 개방적이고 더 개혁적인 사회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였다. 지난 10년 동안 이런 기대는 거의 충족되지 않았다. 오히려 시 주석의 1인 권력이 강화되고, 공산당의 사회 장악력이 매우 높아졌다. 중국 경제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빈부 격차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무역·외교 등에서 중국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급증했지만, 자국 중심의 부국강병을 추구하는 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화됐다. 이번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3연임까지 확정할 것으로 보여, 강력한 1인 지도자 중심의 권위주의 국가라는 이미지까지 덧씌워지게 됐다.
이번 당 대회는 16일부터 22일까지 열린다. 향후 중국의 5년을 이끌 새 공산당 지도부가 확정되고, 국가 헌법보다 지위가 높은 중국공산당의 당헌인 ‘당장’이 개정될 예정이다. 당장에는 5년 전 당 대회 때 당장에 들어간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시진핑 사상’으로 간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당 대회가 폐막한 직후에는 제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20기 1중전회)가 열려 앞으로 5년 동안 중국을 이끌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가 공개될 예정이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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