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자국 영토에 떨어진 이란산 사헤드 드론을 촬영해 발표한 사진. AP 연합뉴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자폭 드론’ 샤헤드-136 등을 공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란이 자국 가스 산업을 위해 러시아에 터빈 40개를 공급하기로 했다.
23일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레자 누샤디 이란 가스개발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이란 석유부가 운영하는 <샤나>(Shana) 통신을 통해 “이란의 산업적 성공은 미사일과 드론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이란산 터빈 40대를 러시아에 수출하는 계약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가스 산업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의 85%가 국내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 역량을 바탕으로 최근 러시아에 이란산 터빈 40대를 보내는 계약이 체결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계약 체결 시기와 터빈 인도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이란은 앞서 러시아에 ‘자폭 드론’으로 불리는 샤헤드-136를 제공한데 이어, 이번엔 가스 터빈까지 공급하기로 하며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협력한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통신은 핵개발 의혹으로 서방의 경제 제제를 받고 있는 이란이 국제 사회의 고립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월 테헤란을 방문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만나 두 나라의 장기적 협력와 결속을 다지기도 합의한 바 있다.
이날 누샤디 최고경영자는 통신에 미국의 러시아 제재가 가스 시장에서 러시아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란 견해도 밝혔다. 누샤디 최고경영자는 미국을 겨냥해 “최근 몇 년간 미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공장을 폭넓게 설립했다. 최근 러시아에 대한 수출 금지 조처와 (러시아~독일을 직접 잇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로 가스 수출에서 가장 큰 경쟁국 중 하나를 사실상 없앴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엄격한 경제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는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가스 공급을 일부 중단해 ‘에너지 무기화’라는 비판을 받았다. 러시아는 가스 공급을 일부 중단한 이유로 터빈 등 부품이 부족한 탓이라고 주장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에 대해 “터빈을 달라, 그러면 내일 가스관을 켤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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