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이스칸데르-케이’(Iskander-K)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2022년 2월 19일 러시아 국방부 제공. AP 연합뉴스
이란이 러시아군에 드론에 이어 탄도미사일까지 몰래 공급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최근 이란이 단거리탄도미사일 ‘파테-110’(Fateh-110)과 ‘졸파가르’(Zolfaghar)를 러시아에 보내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를 공유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6일(현지시각)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파테-110은 사거리 300㎞ 남짓한 이동용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이란이 중국의 도움을 받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은 파테-110을 개량해 사거리를 700㎞까지 늘린 졸파가르도 개발했다.
이란은 지난달 이들 단거리 탄도미사일 공급과 관련한 조건 등을 마무리하기 위해 담당자를 러시아에 파견해 협의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우크라니아 침략 전쟁 이후 손실한 전력을 보충하기 위해 이란의 무기 구입을 확대하고 있고, 이란이 이에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이란은 중동지역에서 많은 단거리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몇 안 되는 나라이다. 이란의 초창기 개발 미사일은 정확성과 사거리 등에서 신뢰도가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군사적으로 신뢰할 만한 기술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일부 미사일에는 첨단 전자유도장치와 고폭탄 등이 설치되어 정확성과 파괴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러시아가 이란 무기에까지 손을 내민 것은 그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기 공급 등 군수 측면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을 통해 러시아군의 무기 보충이 이뤄지면 최근 성과를 내기 시작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이란은 ‘샤헤드’(Shahed) 계열 무인기와 ‘모하제르-6’(Mohajer-6) 무인기(드론)를 러시아군에 제공한 바 있다. 이들 무인기는 폭탄을 싣고 무장해 적군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샤헤드-136은 직접 적진에 1500㎞까지 날아가 자폭하는 가미카제 공격으로 유명하다. 이란은 이들 무인기를 러시아에 넘겼다는 의혹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인해왔다. 러시아 크레믈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도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이들 무인기 잔해를 우크라이나 전투지역에서 발견해 공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이들 이란 무인기를 들여와 페인트를 다시 칠해 위장한 뒤 러시아식 이름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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