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손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23일 ‘시진핑 3기’가 새로 출범하면서, 중국의 경제·외교·군사 등 핵심 분야의 정책 담당자가 대거 교체됐다. 중국의 ‘1인 독주 체제’가 확립된 만큼 기존 정책이 큰 틀에서 유지되고, 시 주석의 색채를 드러내는 정책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23일 공개된 중국공산당 주요 지도부 명단에는 앞으로 5년 동안 각 분야에서 중국을 이끌 지도자들의 이름이 담겨 있다. 가장 큰 관심사인 경제 분야는 당 서열 2위이자, 사실상 총리로 내정된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와 새로 중앙정치국원이 된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이 이끌 것으로 보인다. 리 서기는 부총리 경험은 없지만 중국의 경제 중심인 저장성과 장쑤성, 상하이시 당서기 등을 거치며 경제 수업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상하이시 당서기로 재직하던 지난 3~6월 상하이 장기 봉쇄의 책임으로 상무위원 진입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2인자’인 총리 자리를 거머쥐었다. 시 주석 핵심 측근인 리 서기가 총리직을 맡게 되면서, 시 주석과 다른 계파인 공산주의청년단 소속으로 사실상 실권이 없었던 리커창 총리와 다른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시 주석과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허리펑 발개위 주임은 시 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렸던 류허 부총리의 후임으로 24명의 중앙정치국원에 포함됐다. 류 부총리에 이어 지난 5년 동안 중국 경제발전을 기획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발개위 수장을 맡아왔고, 시 주석의 핵심 대외정책인 일대일로 정책을 설계했다. 샤먼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성장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새 경제팀이 시 주석이 강조해온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발전과 분배를 중시하는 ‘공동부유’를 어떻게 추진해갈지 관심이 쏠린다. 이들 외에 시 주석 2기의 경제정책을 담당해온 이강 인민은행 총재와 궈수칭 인민은행 부총재, 류쿤 재정부장 등이 중앙위원(205명)에서 물러났다. 이 자리도 새 인물들이 채울 것으로 보인다.
외교 분야에서는 왕이 현 외교부장(장관)이 중앙정치국원으로 승진해, 중국 외교의 새 사령탑이 됐다. 그는 전임인 양제츠와 함께 미-중 갈등 심화 국면에서 중국 외교를 이끌어왔다. 왕 부장은 ‘7상8하’의 관례상 퇴임 연령을 넘긴 69살이지만, 양제츠 전 정치국원이 퇴임하는 상황 덕에 직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점점 치열해지는 미-중 전략경쟁 상황 속에서 미국과 주변국을 상대로 강경한 외교적 대응을 이어왔다. 지난 9월 말 제77차 유엔총회 연설에선 “중국의 통일을 방해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부서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앞으로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을 맡아 그동안 해온 대로 거친 ‘전랑 외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군사 분야에서는 대만과 동중국해를 총괄하는 지역을 담당하는 허웨이둥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사령관이 중앙정치국원이 된 것이 눈에 띈다. 동부전구는 지난 8월 초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대만을 포위하는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주도했다. 허 사령관은 대만과 마주 보는 푸젠성 출신으로, 대만 사정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 주석은 3연임에 나서는 주요 명분으로 통일을 꼽아왔다. 그는 지난 16일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 개막식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당 헌법인 ‘당장’ 개정안에는 ‘대만 독립을 단호히 반대하고 억제한다’는 내용을 써넣었다. 이번 군 인사 역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통일을 이루겠다는 시 주석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허 사령관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2부주석 자리에도 올랐다. 중국은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가 군대를 실질 총괄하며, 시 주석이 중앙군사위 주석을 맡고 있다. 중앙군사위 제1부주석은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72살의 장유샤 제2부주석이 맡는다. 장유샤 부주석은 시 주석의 주요 과제인 군사개혁을 주도해왔다.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의 천원칭 부장도 이번 인사에서 처음 중앙정치국원이 됐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중국의 정보 대결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정보 활동의 비중을 상당히 높일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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