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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운동의 미술관 습격, 괜찮아요? 많이 놀랬죠? [The 5]

등록 2022-11-12 14:00수정 2022-11-13 13:59

[더 파이브: The 5] 미술관을 습격한 기후위기운동
지난해 14일 저스트 스톱 오일 활동가들의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전시된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는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저스트 스톱 오일
지난해 14일 저스트 스톱 오일 활동가들의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전시된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는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저스트 스톱 오일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전문가가 답합니다.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최근 유럽 각국 미술관에선 작품에 음식물을 끼얹거나 접착제로 신체 일부를 붙이는 방식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활동가들이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붓고, 모네의 ‘건초 더미’에 으깬 감자를 끼얹으며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파격적인 시위 방식을 두고 논쟁이 뜨겁습니다. 국외 시위 방식이 곧 국내에 수입되는 전례들에 비춰보면, 석굴암이나 이중섭 그림에 음식물을 끼얹고 시위를 하는 일이 등장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는데요. 논란의 배경과 짚어볼 점을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활동가 김한민 작가에게 물었습니다.

[The 1] 기후활동가들이 왜 유명 예술품을 노리는 거죠?

김한민 작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에만 해도 기후위기 시위가 힘을 받고 있었어요. 등교 거부 시위를 했던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적 조명을 받은 것도 2019년이었고요.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이 모든 게 멈춰야 했습니다. 대중들의 관심이 사라진 상황에서 그럼에도 코로나 여파가 남아 대중이 모이기 어려운 환경에서, 미술관 시위라는 굉장히 색다른 방식이 등장했고 다시 대중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 거죠.

[The 2] 기후위기라는 메시지엔 동의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전달해야 하나요?

김한민 작가: 기후 위기는 정답이 있어서 그 정답만 찾으면 한 방에 해결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잖아요. 세계 경제 시스템부터 사람들의 생활 방식까지 바꿔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라, 사람들도 어느 정도 알면서도 외면하는 문제에요. 그래서 누군가는 과격하게, 누군가는 온건하게, 자기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죠. 비판은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세력, 그리고 책임을 방기한 채 아무것도 안하는 이들에게 해야 합니다.

문화유산이 그렇게 소중하다면, 자연유산도 소중한 거에요. 제가 일하는 시셰퍼드의 창립자 폴 왓슨은, 심해를 무참히 파괴하는 트롤 어업을 이렇게 비판했어요. “누가 루브르 박물관에 포클레인을 끌고 들어가 작품들을 박살낸다면 당장 감옥에 갈 것이다. 전 세계 바다와 밀림에선 그런 일이 지금도 다반사로 일어나는데 처벌은커녕 정부 지원을 받는다.”

[The 3] 시위가 더 과격해질 상황을 걱정하기도 해요. 그림을 정말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는.

김한민 작가: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났다 쳐요. 그래도 시위자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고흐의 ‘해바라기’ 같은 작품은 진품이 훼손됐다고 해서, 실제로 영국에 가서 볼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겐 아무 영향도 주지 않을 거예요. 이미 3D 기술로 다 기록이 되어 있고, 복제품을 만들어서 전시해도 대다수는 전혀 모를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자연유산이죠. 수많은 동식물이 파괴되고 죽어가는데, 왜 이 일에는 경악하지 않느냐는 거에요.

지난달 23일 ‘마지막 세대’ 활동가들이 모네의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뿌리는 시위를 했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마지막 세대’ 활동가들이 모네의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뿌리는 시위를 했다. AP 연합뉴스

[The 4] 작품을 훼손하지 않더라도 이런 방식의 시위가 기후위기 운동에 반감만 키울 수도 있잖아요? 작품을 훼손하는 상황에 이르면, 더 강해지겠죠.

김한민 작가: 기후가 붕괴되고 있다는 ‘맥락’을 보지 않으면 반감을 가질 수 있겠죠. 안중근 의사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지만, 일제 식민통치라는 맥락 안에서 한 행동이기에 칭송을 받잖아요. 지난해 2월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두산중공업 본사 건물에 있는 ‘두산’ 영문 로고 조형물에 녹색 페인트칠을 했어요. 두산중공업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석탄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항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수성 페인트라 시위 후에 다 지워졌는데도, 법원에선 활동가 2명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 200만원을 선고했어요. 페인트를 뿌리는 것과 기후 붕괴 시대에 석탄발전소를 짓는 것, 어떤 게 더 과격한가요?

물론 훼손까지 하게 되면 전체 기후 운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진 않겠죠. 하지만 저는 그것도 정당한 시위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착한 시위는 너무 많이 해왔어요.

[The 5] 왜 기후 위기 시위나, 기후 위기를 다루는 뉴스가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걸까요?

김한민 작가: 사실 기후 위기만이 아니라 진지하고, 복잡하고, 해결책도 간단하지 않고, 사람들의 행동도 바뀌어야 하는, 골치 아픈 문제는 다 외면당하죠. 기후 운동은 관심을 받기 어렵다는 걸 기본 조건으로 깔고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 운동은 이렇게 하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계산해서 하는 게 아니라, 옳은 것이고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는 거에요. 인간으로서 지구에서 살고 싶은 이상, 하지 않을 수 없는 운동이기 때문에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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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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