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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개혁가와 폭군 ‘두 얼굴’ 빈 살만, 유가 폭등에 존재감 커져

등록 2022-11-17 14:49수정 2022-11-18 00:28

17일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왕세자가 한국을 찾은 것은 2019년 6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총리실 제공
17일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왕세자가 한국을 찾은 것은 2019년 6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총리실 제공

‘오일머니’를 거머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해 재계 총수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으면서, 중동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 일각에선 왕세자가 연루된 여러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가 가진 막대한 오일머니가 피묻는 돈이란 것이다.

빈살만 왕세자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2018년 11월 발생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한 사건이다.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기사를 써왔던 카슈끄지 살해 배후에 그가 있다는 의혹이 커지며 △여성 운전 허용 △콘서트 허용 △여성에 대한 남성 보호자 제도 폐지 등 ‘개혁 군주’로 국제적인 기대를 모으던 그의 명성에 큰 금이 갔다. 그 여파로 그해 열린 사우디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은 물론 제이피(JP)모건, 블랙록 같은 굵직한 기업 인사들도 불참했다.

한국이 특수를 기대하는 5000억달러(약 64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역시 인권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막에 초 현대식 새 도시를 짓는다는 이 계획을 위해 2020년 애초 이 땅에 살던 부족들에게 강제퇴거 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저항하던 활동가가 사우디 보안군에게 처형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그밖에 최악의 인도적 위기로 발전한 예멘 내전 개입(2015년), 권력 강화를 위한 왕실 인사 대거 체포·구금(2017)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수많은 일들에 손을 적셨다.

특히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두고서는 사우디의 오랜 우방인 미국조차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인권 등 가치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 기간 동안 사우디를 국제사회에서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해왔고, 취임 후에도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터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국제 유가가 수직 상승하며 미국의 태도는 다수 수그러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덮친 40년만의 인플레이션을 꺾기 위해 지난 7월 사우디를 찾아가 빈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원유 증산 등을 요구하며 자존심을 굽혔다. 자국의 주권을 침해한 카슈끄지 살해 사건 이후 왕세자에 날을 세워 왔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난 속에서 지난 4월 왕세자와 만나며 관계 개선에 나섰다. 그로 인해 카슈끄지 사태 관련 의혹이 일종의 국제적 면죄부가 주어진 상황이지만, 막대한 오일머니가 이미 발생한 비극을 없던 일로 만들 순 없는 법이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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