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동역에서 승객들이 열차에 타고 있다. 항저우/AFP 연합뉴스
7년째 중국 베이징에 살며 차량호출 서비스 기사로 일하고 있는 셰(35)는 9일 고향인 허난성 신샹시로 춘절(설)을 쇠러 갔다. 명절까지 아직 2주 정도 남았지만 지난 1년 동안 고향에 간 적이 없어 미리 가 한달 정도 머물다 올 생각이다. 셰는 “고향에 아내와 아이들, 부모님이 있는데 너무 보고 싶다”며 “나는 자유직이라 오랫동안 고향에 머물다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재택근무가 증가하며 일반 사무직도 춘절 연휴를 길게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베이징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왕(30대)도 “집에서 일하면 되기 때문에, 회사의 허락을 받고 한달 정도 고향에 있다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위드 코로나’를 결단한 뒤 처음으로 최대 명절인 춘절이 다가오며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춘절 기간의 인구 이동을 통해 대도시에 머물던 코로나19가 소도시·농촌으로 번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춘절의 공식 연휴는 21일부터 27일까지 총 7일이지만, 3년간 이어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첫 춘절인 탓에 2주 이상 쉬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지방에서 대도시로 일하러 온 노동자들은 한달 정도 고향에 머물거나 아예 일을 그만두고 돌아와서 다시 일을 구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올해는 귀향 인원이 폭증할 전망이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올해 춘절 기간 동안 20억9500만명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11억8천만명보다 9억명 이상 증가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부터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춘절 기간 동안 이동제한 조처와 권고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40일을 춘절 특별 운송, ‘춘윈’ 기간으로 정하고 기차 증편 등 특별 수송을 시작했다.
그에 따라 중국 소도시·농촌 지역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커졌다. 베이징·상하이의 경우 시민들이 90% 이상 감염됐다가 회복됐다고 하지만, 한국이나 대만에 오는 중국발 입국자를 검사해보면 여전히 20~30%의 감염률을 보인다. 비교적 엄격한 방역 과정을 거치는 출국자 조사에서도 확진자 비율이 높은데, 중국 안에서 이동하는 이들의 감염률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농촌·소도시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의료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농촌은 대유행 기간 동안 코로나19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데다, 백신을 맞지 않은 노인 비율도 높다. 중국 국무원은 농촌 각 지역에 중환자 집중치료 병상 1개와 의사 1명, 2.5~3명의 간호사를 배치하고, 발열 진료소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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