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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튀르키예 지진’ 사망 3만7천명…“정부 예방조처 없어 죽은 것”

등록 2023-02-14 08:38수정 2023-02-14 14:49

재난 7일째, 구조 희망 옅어지지만 생존자 찾기 계속
유엔 “시리아 북서부 원조 통로 두 곳 더 개방 합의”
13일 최악의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가지안데프에서 구조대가 생존자를 찾고 있다. EPA 연합뉴스
13일 최악의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가지안데프에서 구조대가 생존자를 찾고 있다. EPA 연합뉴스

6일 새벽 규모 7.8의 대규모 지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지 일주일이 지난 13일 사망자수가 3만7천명을 넘어섰다. 구조 국면이 서서히 끝나고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지원으로 대응 체제가 전환되고 있다.

이날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은 추가 집계를 내놓고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현재 3만1643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가 보고한 사망자수 5714명을 합하면 총 3만7357명에 달한다. 튀르키예 당국은 이번 지진의 사망자수가 1939년 대지진의 3만1643명을 넘어서며 최근 100년 사이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최악의 지진이 됐다고 말했다.

재난 발생 7일째인 이날도 구조대가 건물 잔해 속에서 여러 명을 구조했다.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에서 13살 어린이 생존자가 182시간만에 구조됐다. 구조대는 탈진한 어린이의 몸에 따뜻한 담요를 덮어 구급차로 옮겼다. 튀르키예 국영방송 <티아르티 하베르>도 카라만마라스에서 10살 소녀를 구조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구조대는 같은 지역의 무너진 3층 건물 잔해 속에 갇힌 할머니, 어머니, 딸의 신호를 접하고 연결 통로를 파면서 구조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튀르키예 자원봉사 의료팀장 부르쿠 발다프는 “7일 동안 물도, 음식도 없이 양호한 상태로 그곳에 있는 것 같다. 이미 기적이다. 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진 현장에서 생존자가 더 구조될 수 있다는 희망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는 무능한 정부를 향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통신은 구조대원들이 검은색 가방으로 주검을 나르는 광경을 사망자의 가족들이 바라보며 목놓아 통곡하는 광경을 지진 현장에서 자주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수십 명의 주민들은 재난 지역에 물, 식량, 의약품, 크레인 등이 부족하며 재난위기관리청이 지나치게 느려 효율적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라만마라스에서 가족을 잃은 쿠드시는 <로이터>에 “지진 때문에 사람들이 죽은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지진 예방 조처를 하지 않아서 죽은 것”이라며 “딸 둘은 아직 실종된 상태이고 삼촌, 이모 그리고 이모의 두 아들을 땅에 묻었다”고 말했다.

13일 지진 피해를 입은 시리아 북서부 사르마다에서 시리아 구호단체 직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유엔의 구호 실패에 항의하며 시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3일 지진 피해를 입은 시리아 북서부 사르마다에서 시리아 구호단체 직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유엔의 구호 실패에 항의하며 시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편, 유엔은 13일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튀르키예에서 시리아 북서부로 진입하는 원조 통로를 두 곳 더 개방하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현재 튀르키예에서 시리아로 가는 유일한 원조 통로 ‘밥 알하와’(Bab Al-Hawa) 외에 ‘밥 알살람’(Bab Al-Salam)과 ‘알 라에’(Al Raee)를 3개월간 개방하기로 한 아사드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대규모 지진 후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북서부 지역에 원조가 닿지 않자, 시리아 구호 요원들과 민간인들 사이에 불만이 커지던 중 나왔다. 13일 지진 피해를 입은 시리아 북서부 사르마다에서 시리아 구호단체 직원들은 손팻말을 들고 “살인자 바사르”, “건물만 무너진 게 아니라 인권을 말하는 유엔의 신화도 부서졌다”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리아 북서부에서도 구조 국면이 점차 끝나고 피난처에 음식 등 생필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구호 활동의 초점이 전환되고 있다고 유엔은 전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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