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핵무기 제조에 쓸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HEU) 수준의 우라늄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슬아슬하게 이어져온 이란 핵을 둘러싼 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블룸버그> 통신은 두명의 고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의 핵 활동을 감시해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지난주 이란에서 순도 84%의 농축 우라늄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는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이란에서 발견한 농출 수준이 가장 높은 우라늄이다. 핵무기 생산에는 농축도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이 필요한데, 이란의 핵 농축 수준이 그 코앞에 다다른 셈이다. 소식통은 “이란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수준 직전까지 농축 농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찰단이 이란에서 의심스러운 농축 활동을 적발한 것은 이달 들어 두번째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란이 어떻게 우라늄 농축 농도를 84%까지 올릴 수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 보도가 나온 뒤 트위터를 통해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에 대한 최근 언론 보도를 알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최근 검증 활동의 결과에 대해 이란과 논의 중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음달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35개국 이사회 회의에서 이란의 핵 활동을 핵심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이에 앞서 분기별로 내는 이란 안전조치 보고서를 준비 중이다.
이란은 2021년 4월 중부 나탄즈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도를 60%까지 올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순도가 높은 우라늄을 생산했다는 사실은 부인했다. 베루즈 카말반디 이란원자력기구(AEOI) 대변인은 이날 국영 <이르나>(IRN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라늄 입자가 60% 이상 존재한다는 것은 60% 이상 농축과 같은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란의 핵 관련 고위 관료도 이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며 왜곡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사찰단은 이란이 의도적으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했는지, 혹은 의도치 않게 축적이 이뤄졌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순도 84%에 이른 고농축 우라늄이 수백개의 고속 회전 원심분리기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축적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검출된 고농도의 우라늄이 기술적 문제 때문에 축적되었다고 해도, 이는 이란이 이 수준의 우라늄을 생산할 능력을 보유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통신은 설명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그동안 이란의 핵 활동에 중대한 진전이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달 2015년 7월 체결됐던 이란 핵협정(JCPOA)은 사실상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이란이 정치적 결정을 내릴 경우 여러개의 핵무기를 가질 만큼 충분한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란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농축도 60%도 낮은 게 아니라고 강조해왔다. 전기 생산을 위한 상업용 원자로는 순도 5%의 우라늄을 사용한다.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2018년 5월 이란 핵협정을 일방 파기하고 대규모 경제제재를 부활한 뒤 농축 수준을 차츰 높여왔다. 이란이 미국 등과 맺은 핵협정을 통해 약속했던 농축 한도는 3.67%였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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