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만 타오위안 지역의 한 항공 관련 굿즈 판매업체에서 대만 국기를 들고 곰돌이 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반달가슴곰 모양의 공군 엠블럼이 판매되고 있다. 타오위안/AFP 연합뉴스
중국이 대만을 포위한 채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이자 반달가슴곰이 ‘곰돌이 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그림의 패치가 대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달가슴곰은 대만을 상징하는 마스코트 동물이고, 곰돌이 푸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풍자하는 캐릭터다.
11일 <로이터>등은 대만인들이 중국의 무력시위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곰돌이 푸 패치를 구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패치는 대만 국방부가 중국의 ‘대만포위’ 훈련 첫날인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국의 대비 태세를 강조하며 한 공군 조종사의 사진을 공개한 뒤 관심을 모았다. 공개된 사진 속 조종사의 왼팔에 부착된 패치가 에스엔에스에서 화제가 된 뒤 판매가 늘었다고 한다.
지난 8일 대만 국방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군 조종사의 사진을 올렸다. 조종사의 왼팔에 곰돌이 푸에 맞서는 반달가슴곰 엠블럼을 착용한 모습이 보인다. 대만 국방부 트위터 갈무리
대만 타오위안의 항공 관련 굿즈 판매업체 운영자 앨릭 쉬는 <로이터>에 자신의 가게에서 지난해부터 이 패치를 판매해 왔지만, 8일 이후 주문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고 구매가 늘고 있어 추가 주문도 넣었다고 한다. 그는 “패치를 디자인해 군인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패치에는 ‘출격’(Scramble), ‘자유를 위해 싸우자 ‘연중무휴(we are open 24/7)’ 등의 문구도 적혀있다.
중국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5일 캘리포니아주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한 데 대한 보복 차원으로 8일부터 사흘 동안 대만포위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훈련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중국은 대만 동부 해역에 항공모함도 투입했다. 이번 훈련은 중국이 미군의 개입을 견제하고 대만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무력 시위’로 해석된다.
중국과 대만 사이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진핑 주석을 풍자하는 곰돌이 푸의 얼굴에 반달가슴곰이 주먹을 날리는 것은 중국을 향한 대만인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로이터>등은 전했다.
곰돌이 푸가 시진핑 주석을 상징하게 된 것은 2013년 미국을 찾은 시 주석이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과 나란히 걷는 모습을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에 빗댄 인터넷 밈이 인기를 끌면서다. 당시 온라인에는 시진핑 주석을 푸로, 오바마 대통령을 푸의 친구인 호랑이 ‘티거’로 그린 그림이 화제가 됐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이러한 풍자에 불편함을 보여왔다. 2018년 푸가 나오는 디즈니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의 중국 내 상영이 금지된 적도 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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