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검찰이 중국 공안부의 해외 ‘비밀경찰서’라고 지목한 맨해튼의 가게. 라면집 위층이다. 영국 <데일리메일> 누리집 갈무리
미국 연방검찰이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 중국 비밀경찰서를 운영했다는 혐의로 중국계 주민 2명을 체포했다.
미국 연방검찰은 뉴욕 차이나타운 주민인 루지앤왕(61), 첸진핑(59) 2명을 중국 정부를 위한 요원 활동 및 사법방해 혐의로 체포했다고 17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뉴욕 브롱크스 주민인 루와 맨해튼 주민인 첸은 맨해튼에 중국 첫 국외 경찰서를 세우고 미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채 중국 공안부를 위해 일해왔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법무부는 이들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가 시작된 것을 알고는 지난해 가을에 이 비밀 경찰서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서방은 미국 뿐 아니라 영국이나 네덜란드 등 53개국에서 100여개 정도 중국 비밀 경찰서가 운영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캐나다 연방경찰도 지난달 몬트리올 지역에 있는 2개 시설이 중국 비밀 경찰서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연방검찰에 따르면 루는 중국 공안과 긴밀하게 연결해 활동해왔고, 2015년부터 미국에서 중국인 반체제 인사에 대한 괴롭힘 등에 가담했다. 루가 지난 2018년 중국에서 도망온 이와 가족들을 위협하고 괴롭혀 중국으로 돌아가게 만들기도 했다고 미국 검찰은 밝혔다.
연방검찰은 수사당국이 지난해 10월 루와 첸을 심문했고, 이들은 중국 공안부 관리와의 통화 내역을 삭제했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유죄 판결을 받으면 이들은 최대 2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미국 브루클린연방지검의 브레언 피어스 지검장은 “뉴욕 한복판에서 비밀경찰서를 설립한 중국의 노골적인 주권 침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은 국외 비밀경찰서가 아니라 국외 거주 중국인들을 위한 ‘서비스센터’라고 반박해왔다. 미국과 캐나다의 중국대사관은 이 시설들이 해외에 있는 중국인들의 운전면허증 갱신 등을 도와주려고 코로나19 사태 동안 개설된 “해외 서비스센터”라고 주장했다.
캐나다 연방경찰은 지난달 “중국 경찰서로 지목되는 곳”에 대해 중국계 캐나다 시민들이 있다면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연방경찰이 이 사건을 추적하고 있고, 우리 정보기관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 국장은 연방수사국이 중국 비밀경찰서에 관한 보고를 주시하고 있다며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