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화려한 네온사인, 타락천사 헤매던 홍콩의 밤 이젠 안녕

등록 2023-04-19 13:00수정 2023-04-20 01:04

홍콩 정부 ‘간판 안전 규제’…줄 이은 철거명령
한때 12만개 이르던 네온사인 500개까지 줄어
홍콩 네이선로드(Nathan Road)의 밤거리. 게티이미지뱅크
홍콩 네이선로드(Nathan Road)의 밤거리. 게티이미지뱅크

‘홍콩’ 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 간판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최근 10여년 동안 홍콩 정부의 간판 관련 안전 규제가 강화되어온 탓이다. 식당, 빵집, 전당포 등 오래된 홍콩 상점마다 내걸려 한때 12만개에 달했던 네온 간판은 이제 500개까지 줄었고 머지않아 박물관에서나 보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 16일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한때 홍콩의 번영을 상징했던 네온 간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정부가 2010년부터 무허가 간판에 대한 안전 규제를 강화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안전한 유기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등장도 네온 간판의 멸종을 부추기고 있다.

홍콩 건설부는 규정보다 크거나 철제 프레임이 녹슨 간판 등에 대해 철거명령을 내리고 있는데, 2015년에는 철거명령 건수가 700건이 채 안 됐으나 지난해 1119건으로 크게 늘었다. 5년마다 홍콩 건설부의 ‘간판 유효성 검사’를 통과할 경우 오래된 네온 간판을 지킬 수 있지만, 절차는 번거롭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10년(2013∼2022년) 동안 홍콩 건설부가 시행한 간판 유효성 검사 932건 중에서 허가를 받은 간판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간판 철거명령을 받은 상점은 60일 이내에 간판을 철거해야 한다.

홍콩 건설부 자료. 누리집 갈무리
홍콩 건설부 자료. 누리집 갈무리

현재 홍콩에 남아있는 네온 간판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공식 통계는 없다. 홍콩 건설부가 2011년에 내놓은 통계가 마지막인데 당시에는 무려 12만개에 달했다. 홍콩의 상징적인 네온 간판을 수거해 보존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테트라 네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네온 간판은 약 500개 정도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마저도 빠르게 사라지는 분위기다. 이 단체는 올해 들어서만 10개의 네온사인을 수거했다. 이들은 수거한 네온사인을 홍콩 위안랑에 위치한 시골 공터에 보관하며 전시회를 열 수 있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네온 간판이 줄어드는 만큼 홍콩의 네온 간판 제작자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네온사인은 질소·수은·아르곤 같은 기체를 가늘고 긴 유리관에 주입하는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기술을 숙달하고 자유자재로 제품을 만들기까지 10년 넘는 시간이 걸리는 탓에 네온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이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홍콩에 네온사인을 제작하는 장인은 10명 정도 남았다고 한다.

1976년에 제작된 홍콩 마작장 간판으로 홍콩의 엠플러스(M+) 뮤지엄에 전시 중이다. EPA 연합뉴스
1976년에 제작된 홍콩 마작장 간판으로 홍콩의 엠플러스(M+) 뮤지엄에 전시 중이다. EPA 연합뉴스

홍콩의 네온 간판은 홍콩 사람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네온사인은 빽빽한 마천루와 함께 ‘밤의 도시’ 홍콩의 정체성으로 자리해왔다. 홍콩의 대표적인 영화감독 왕가위는 영화 <중경삼림>, <타락천사> 등에서 네온 간판을 앞세워 홍콩의 밤을 그리기도 했다.

네온 간판의 역사적·예술적 가치를 알아본 홍콩 사람들은 멸종 위기에 처한 네온 간판을 박물관으로 옮기고 있다. 홍콩의 현대미술관 엠플러스(M+) 뮤지엄은 철거된 네온사인 간판을 수거해 미술관에 전시하고 있으며, 인터랙티브 온라인 전시도 운영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