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첨단산업 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100년 전 일을 갖고 (일본이)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발언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가 “일본에 침략당했던 아시아 국가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6일 ‘미국을 기쁘게 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역사를 무시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의 미국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발언을 비판했다. 신문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미래를 위해 미국·일본과의 협력 강화를 주장하는 한국 보수 정당들의 기본적인 생각을 보여준다”며 “이렇게 논란이 되는 발언을 하면서, 윤 대통령은 미국에 간절히 구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이끄는 한국 정부는 미국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일본에 머리를 숙였다”며 “이것은 한국에서 인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한때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한국과 다른 아시아 국민들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분명히 강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친척에게 고통, 적에게 즐거움’을 주는 안보 계획은 한국과 한반도의 전반적인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인터뷰에서 “지금 유럽에서는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있다.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 내용이 논란이 되자,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주어를 생략한 채 해당 문장을 사용했다. (일본이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자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윤 대통령의 발언 원문을 공개했다. 이를 보면, “100년 전에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되어 있어 일본에 무릎 끓으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주체가 윤 대통령임을 알 수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 지난 19일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윤 대통령의 중국과 러시아 관련 발언도 다시 거론하며 비판했다. 신문은 “윤 대통령이 미국 방문에 앞서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도발적인 발언도 해 강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며 “그의 친미 외교는 한반도에 큰 위험을 가져올 것이고, 한국은 미국이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총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고, 남북 관계와 양안(중국-대만) 관계를 빗대며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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