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에서 사용됐던 ‘루비 구두’를 훔친 피의자가 18년 만에 붙잡혔다.
지난 17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네소타주에 사는 테리 존 마틴(76)이 18년 전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인공 도로시 역할을 맡은 주디 갈랜드가 신었던 유명한 루비 구두를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미 노스다코타 연방 검찰은 마틴에 대한 기소를 발표하면서 루비 구두의 현재 시장가치가 350만 달러(한화 약 47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국 미네소타주 주디 갈랜드 박물관에 전시 중이었던 루비 구두가 감쪽같이 사라진 건 2005년 8월이었다. 뒷문으로 침입한 괴한이 유리 전시장을 깨고 구두를 훔쳐갔지만, 지문도 보안 카메라 영상도 남아있지 않아 범인을 찾을 단서가 거의 없었다. 남은 건 구두에서 떨어진 빨간 스팽글 한 조각뿐이었다. 구두는 유명 수집가가 박물관에 대여한 것으로 당시 100만 달러짜리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
2018년 9월 미국 미네소타주 연방수사국(FBI)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배우 주디 갈랜드가 신었던 루비 구두가 전시되어 있다. AP 연합뉴스
구두는 13년 동안이나 행방이 묘연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익명 팬이 2015년 1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물색에 나서기도 했지만 소용은 없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까지 나서 1년간 잠복 수사를 벌인 결과 구두는 2018년 회수됐지만, 그때도 범인을 잡지는 못했다. 당시 수사 당국은 용의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구두는 지금까지 절도 사건의 증거로 연방 정부가 보관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피의자 마틴은 주디 갈랜드 박물관에서 남쪽으로 약 19k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그는 1960년대부터 폭행, 강도, 절도 등 다양한 범죄 경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틴은 오는 6월1일 첫 법정 출두를 앞두고 있다.
“할리우드 수집품의 성배”로 불리는 이 루비 구두는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소품 중 하나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 역을 맡은 주디 갈랜드는 루비 구두의 뒤꿈치를 탁탁탁 세 번 부딪힌 뒤 마법처럼 집으로 돌아간다. “집만 한 곳은 없어”라는 영화의 명대사도 이 장면에서 나온다. 1939년 영화 촬영 당시 루비 구두는 여러 켤레 제작됐지만 현재는 단 네 켤레만 남아있다.
2018년 9월 미국 미네소타주 연방수사국(FBI)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배우 주디 갈랜드가 신었던 루비 구두가 전시되어 있다. AP 연합뉴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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