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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프랑스도 마찬가지…파리올림픽 앞두고 “노숙인 나가”

등록 2023-05-25 15:18수정 2023-05-25 15:27

“노숙인 숨기는 권위주의 방식” 비판
2020년 4월 프랑스 파리의 한 노숙인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0년 4월 프랑스 파리의 한 노숙인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AP 연합뉴스

프랑스 정부가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도심 속 노숙인에게 파리 밖으로 퇴거할 것을 요청하면서 논란이 인다. 노숙인이 이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방 도시의 반발과 함께 ‘노숙인 숨기기’는 전형적인 권위주의적 정부의 행태라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24일 프랑스 통신사 <아에프페>(AFP)는 프랑스 정부가 파리의 노숙인을 지방으로 내보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이미 올해 3월부터 프랑스 전역에 노숙인을 수용할 임시 시설 설치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평소 노숙인들에게 저가 호텔 방을 임시 숙소로 제공하고 있는데,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행사로 인해 파리 숙박난이 예상되면서 노숙인을 지방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프랑스 정부의 설명이다. 노숙인의 대부분은 이민자다.

올리비에 클라인 주택부 장관은 이달 초 의회에서 대형 스포츠 행사로 인해 “노숙인을 받을 수 있는 호텔의 수용 능력이 3천∼4천 곳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클라인 장관은 “우리는 상황에 대비할 의무가 있다. 긴급 숙박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방에 숙박 공간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오는 9월 럭비 월드컵과 내년 7∼8월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2021년 12월 프랑스 파리의 한 길가에 노숙인이 텐트를 친 모습. AP 연합뉴스
2021년 12월 프랑스 파리의 한 길가에 노숙인이 텐트를 친 모습. AP 연합뉴스

노숙인들이 이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선 반발이 크다. 인구 1만8천명의 브리타뉴주 브뤼의 필립 살몽 시장은 지난 23일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라며 노숙인 숙소 건립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숙소를 위해 제안된 부지가 “철도 노선 옆에 있고 탄화수소와 중금속으로 오염된 곳”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각 지역에서 ‘님비현상’이 벌어지다 보면 결국 노숙인 처우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숙인 자선단체인 ‘연대노동자연합’의 파스칼 브리스 대표는 “노숙인들은 파리의 거리보다 더 좋은 환경에 수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긍정적”이라면서도 “과연 필요한 자원을 투입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노숙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이들을 돌보지 않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2021년 12월 프랑스 파리의 한 노숙인이 길가에 누워있다. AP 연합뉴스
2021년 12월 프랑스 파리의 한 노숙인이 길가에 누워있다. AP 연합뉴스

‘깨끗한 파리’를 전시하기 위해 노숙인을 내모는 것이 전형적인 권위주의라는 비판도 나왔다. 강경 좌파 성향의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아드리앙 클루에 의원은 “프랑스 정부가 2024년 올림픽에 참가하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노숙인을 강제로 숨기는 모든 권위주의 정권의 방식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대형 스포츠 행사를 앞두고 노숙인을 ‘눈에 안 띄는 곳’으로 밀어내는 일은 종종 있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21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노숙인들에게 “올림픽 기간에 사람들 시선에 보이지 않게 숨어 달라”고 강요해 논란이 일었다. 브라질도 리우데자이루 2016년 올림픽을 앞두고 노숙인을 한밤중에 관광지에서 쫓아냈고, 중국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노숙인과 행상인 등을 고향으로 내보내 논란이 일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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