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가 키와 몸무게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조례를 확정했다. 이제 뉴욕에서는 키가 작거나 뚱뚱하다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하거나 공공시설 이용에 제한을 둬선 안 된다.
지난 2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민주당 소속의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이 키와 몸무게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조례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뉴욕시는 인종, 성별, 나이, 종교, 성적 지향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여기에 키와 몸무게를 추가하는 내용의 조례다. 바뀐 조례는 6개월 뒤인 11월22일에 발효된다.
애덤스 시장은 “우리는 모두 외모와 관계없이 채용과 주거, 공공시설을 동등하게 이용할 자격이 있다. 일자리를 구할 때, 외출할 때, 아파트를 빌릴 때 키나 몸무게가 중요하지 않아야 한다”며 “이 법은 모든 뉴욕 시민을 위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고 보다 포용적인 직장과 생활 환경을 조성하며 차별로부터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에선 비만 인구가 직장이나 공공장소에서 유·무형의 차별을 받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계속돼왔다.
최근 미국에선 ‘몸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자’는 의미의 ‘바디 포지티브’ 운동이 한창이다.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거부하고 키가 크든 작든, 뚱뚱하든 말랐든, 자기 몸에 자신감을 가지자는 캠페인이다. 미국은 성인의 40% 이상이 비만으로 간주되는 등 비만 인구가 많다 보니 비만 차별에 대한 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미국 뉴욕은 1960년대부터 센트럴파크에서 뚱뚱한 사람을 위한 축제가 열리는 등 ‘비만인 권리 운동’의 중심지로 자리해왔다.
‘외모 차별’에 대한 법적 논의는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시엔엔>(CNN) 보도에 따르면 키와 몸무게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있는 곳은 미국 내에도 6개 도시와 1개 주다.
뉴욕 기업가들은 이 조례가 “기업에 부담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뉴욕시 경영계 인사로 구성된 비영리조직 뉴욕시파트너십(PNYC)의 캐시 와일드 회장은 “조례 청문회에서 과체중인 사람에게 작은 식당이나 극장의 좌석, 체중 제한이 있는 자전거, 과체중인 사람에게 짧은 안전벨트가 설치된 택시 등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며 “이 모든 것이 이 조례에 의해 차별로 간주될 수 있고 벌금과 소송을 피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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