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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살인적 고물가 튀르키예, 경제 관료 중용…‘엇박자 금리 인하’ 중단?

등록 2023-06-04 11:30수정 2023-06-04 20:00

에르도안 대통령 4번째 임기 시작하며 내각 물갈이
정통 경제통 재무장관 임명…“조만간 금리인상 전망”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앙카라/UPI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앙카라/UPI 연합뉴스

대선 결선 투표 끝에 재선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금융시장의 신뢰를 받았던 전직 경제 관료를 새 재무장관에 임명해 정통 경제 정책으로 회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가운데 홀로 금리를 내리는 등 이례적인 경제 정책을 펴, 고물가와 자국 통화 가치 폭락을 불러왔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취임식을 열고 4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경제 정책에 역점을 둔 내각 대폭 물갈이를 단행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개발부 장관 등을 역임한 경제통인 세브데트 이을마즈를 부통령으로 임명하고, 재무장관으로는 지난 2009~2015년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메흐메트 심셰크를 다시 기용했다. 심셰크는 재무장관으로 일하면서 금융시장의 신뢰를 얻은 인물로 평가된다.

분석가들은 심셰크의 재무장관 기용을 튀르키예가 정통 경제 정책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신호로 평가하면서, 튀르키예가 조만간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정치 컨설팅 집단 ‘유라시아그룹’의 튀르키예 전문가 엠리 페커는 “이번 인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경제 관리 능력이 신뢰를 잃었다는 걸 인식했다는 뜻”이라며 “심셰크 장관은 임기 초에 강력한 권한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그가 강력한 정통 경제 정책을 펼 경우 정치적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커서,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도 한 경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에르도안의 정책 우선 순위가 경제임을 보여주는 인사이지만, 내각 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연말 850억달러를 넘던 외환 보유액이 최근 565억달러까지 떨어져, 경제 회복 노력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펴온 완화적 통화 정책을 계속 고집하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5차례나 금리를 내렸다. 이 여파로 지난해 10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연 85%까지 치솟았고, 달러 대비 리라의 가치는 지난 3년 동안 67%나 떨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이날 취임식에서 자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걸 의식한 듯 “튀르키예의 세기가 왔다. 성장의 문이 열렸다”고 역설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서방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던 쉴레이만 소일루 내무장관도 교체해 반서방 기조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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