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크렘린궁에서 미하일 오세예브스키 로스텔레콤 대표와 만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한동안 냉랭했던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가 6일(현지시각)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사우디 방문을 통해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자, 러시아도 연달아 성명을 내며 사우디와 접촉을 늘리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은 7일 밤 성명을 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날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 간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이 성명에서 지난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 회의 관련해 “석유의 공급과 수요 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적시에 효과적 조처를 취할 수 있는 오펙플러스(OPEC+)의 협력 수준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정상은 양국의 경제와 무역 관계를 더욱 증진하기 위해 교통, 에너지 등 공동 프로젝트를 포함한 양자 협력을 늘리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검토할 것도 논의했다고도 밝혔다. 푸틴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통화는 지난 4월21일 이후 약 한 달 보름만이다.
같은 날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내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라예드 크림리 사우디 외무부 정책기획국 국장과 국제 안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의견 교환 과정에서 국제와 지역 안보 강화, 특히 대량 파괴 무기(WMD) 비확산 문제가 강조됐다”고 밝혔다.
이날 러시아 대통령실과 외무부의 연이은 성명은 6일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사우디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한 이튿날 나왔다. 미국과 사우디는 2018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이후 악화된 양국 관계를 최근 점차 회복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2018년 10월 튀르키예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에서 카슈끄지가 살해된 사건 배후에 사우디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고 봤고, 미-사우디 관계는 악화됐다.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석유 증산을 위해 사우디에 방문했지만 증산은 거절당했다. 최근엔 다른 모습이다. 7일 블링컨 장관은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과 양자 회담을 마치고 리야드에서 열린 미·걸프 협력회의(GCC) 장관급회의에 참석해 “미국은 이 지역(중동)에 있고 우리는 협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7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사우디 리야드에서 미·걸프 협력회의(GCC) 장관급회의에 참석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에이피 통신
앞서, 6일 밤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 제다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했다. 이 회담은 지난 4일 사우디 추가 감산을 깜짝 발표 뒤 이틀 만에 이뤄졌다. 둘은 100분 가량 이어진 회담에서 예멘 내전, 수단 무력 충돌, 이스라엘 및 이란 문제 등을 논의했다. 미국은 사우디와의 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양새이며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담을 숙원해왔다고 <로이터> 통신은 설명했다. 한 미국 관리는 통신에 “열려있고 솔직한 회담이었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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