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중국을 방문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장 무하마드 압바스와 시진핑 중국 주석이 뒷편에서 박수를 치는 동안 팔레스타인 외무장관 리야드 알말리키(왼쪽)가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외교 문서를 교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자국을 방문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 “확고히 지지한다”고 힘을 실어주며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할 의지를 드러냈다.
14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 회담을 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1967년 국경선을 기초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는 완전한 주권의 독립국가 팔레스타인을 건설하는 것이 팔레스타인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이날 환영식에서 압바스 수반에게 “우리는 팔레스타인 국민의 국권을 회복하려는 정당한 대의를 항상 확고히 지지해 왔다”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 확대와 평화협상 재개 노력을 촉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시 주석은 국제 사회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유엔 정회원이 되는 것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날 두 정상은 경제와 기술 협정, 외교 여권 비자 면제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합의하는 여러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압바스 수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3일간의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2017년 이후 6년 만의 재방문이다. 이날 정상회담은 압바스 수반이 지난해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지만 미국 관리들과의 만남에는 실패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은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정을 전제로 한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 가입에 반대하고 있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갈등에서 팔레스타인 입장을 확고히 지지하는 것이며, 이스라엘이 거부해온 196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뜻을 같이 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지속적으로 중재 역량을 강조해 왔다.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3월 7년 간 외교 관계를 단절한 사우디와 이란을 중재한 것에 이어 중국이 주요 중동 문제에 더욱 깊게 개입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치열한 전략경쟁 중인 중국이 이-팔 분쟁에서 팔레스타인의 편에 서는 것을 재확인하면서 중동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팔레스타인을 돕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은 설명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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