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 쿠데타 세력인 ‘조국수호국민회의’(CNSP) 지지자들이 10일(현지시각) 수도 니아메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니아메/AFP 연합뉴스
니제르 군부 쿠데타 세력이 서아프리카국가경제공동체(ECOWAS)가 군사 개입한다면 실각한 모하메드 바줌 니제르 대통령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니제르 쿠데타 지도부는 지난 7일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부장관 대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서방 군부 소식통들이 밝혔다. 군부의 이런 위협은 경제공동체가 니제르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대기 병력’ 배치 명령을 발표하기 직전 나온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는 지난달 26일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발생하자 나흘 뒤인 30일 긴급 정상회의를 열어 니제르 군부 제재를 결의했다. 이와 함께 8월6일까지 바줌 대통령에게 권력을 다시 넘기지 않으면 군사 개입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니제르 쿠데타 세력이 이에 응하지 않자, 경제공동체 정상들은 10일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 다시 정상회의를 열어 후속 대응 조처를 논의했다. 경제공동체 의장인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회의 뒤 “최후의 수단으로서 무력을 포함해 어떤 대응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니제르가 평화적이고 민주적으로 안정을 회복하는 걸 앞으로도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들은 회의 직후 발표한 공식 성명을 통해 회원국 군부에 대기 병력을 즉각 동원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티누부 대통령은 정상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쿠데타 지도부와의 대화를 포함한 모든 외교적 해법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즉각적인 군사 개입은 배제할 뜻을 내비쳤다.
나이리지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 영국군 관리는 나이지리아 군을 제외한 다른 나라 군대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다른 나라의 지원이나 조력자가 없는 한 나이지리아 군이 니제르로 진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에이피 통신이 전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국제 위기그룹’의 응남디 오바시 선임 고문은 니제르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력 사용은 의도하지 않은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칫 이 지역 내 민주 정부들과 군사 정부들 사이의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니제르 군부는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그룹을 끌어들일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경우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로 번질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지난 2020년 말리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데 이어 2021년과 지난해에는 기니와 부르키나파소에서도 잇따라 쿠데타가 일어났다. 이 지역 내 이슬람 무장 세력 확산과 이에 맞선 대테러전, 프랑스 식민주의 잔재, 서방 대 러시아의 대결 등이 쿠데타 확산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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