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저녁 중국 베이징 시내의 대형 스크린에 중국군의 대만 해협 훈련 영상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중국이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6시간 만인 19일 오전 9시(현지시각) 대만 해협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최근 이뤄진 대만 부총통의 미국 방문과 한·미·일 3국이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위협과 대만 해협의 평화를 강조하며 안보 협력을 극적으로 강화한 데 대한 불만의 뜻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20일 대만 국방부 누리집을 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조기경보기와 전투기, 헬리콥터 등 군용기 42대를 19일 오전 9시부터 대만 인근 해상에 보내 훈련했다. 이중 26대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었다. 중국군 전함 8척도 연합 전투대비태세 경계·순찰에 나섰다.
이날 훈련에 맞춰 인민해방구 동부전구 스이 대변인은 “동부전구가 대만섬 주변에서 해군·공군 연합 전시 대비 순찰과 병력 합동 훈련을 했다”며 “이는 ‘대만 독립’ 분열세력과 외부세력이 결탁해 도발하는 것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밝혔다. 푸젠성과 대만 지역 등을 담당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이날 대만섬을 포위하는 훈련 영상을 따로 공개했다.
대만 국방부는 이날 중국군의 군사 훈련에 해군과 공군 병력을 보내 대응했다고 누리집을 통해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대만 군함에 승선한 병사가 망원경으로 중국 호위함 쉬저우함을 바라보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 5장도 함께 공개했다.
중국군은 이와 별개로 20일 오후 4시부터 7일 동안 한반도와 가까운 서해 북부 보하이 해협에서 군사 임무를 수행한다고 발표했다. 해사국은 사각형 형태의 훈련 구역을 공개하며 선박 진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과 대만 간 공식 교류가 있을 때마다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은 남미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 참석하는 과정에서 미국을 방문했다가 18일 귀국했다. 그는 13일 뉴욕에서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서로 종속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중국과 대만이 별개 국가라는 소신을 드러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와 지난 4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 직후 대만을 둘러싼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인 바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중국에 대만과 의미 있는 대화를 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중국군의 두 훈련은 18일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회의를 마친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유발하는 경제적 강압과 긴장 고조”에 우려를 공유했다며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대한 공동의 약속을 확인하고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아직 3개국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미-중간 전략적 경쟁에 기여하고 중국의 발전을 약화시키기 위해 계획된 작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공식화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한·미·일 안보 협력이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사실상 ‘3국 군사동맹’으로 격상됐으며, 이후 동아시아판 나토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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