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가 휩쓸고 간 리비아 북동부 도시 데르나에서 14일 살아남은 주민들이 송두리째 파괴된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리비아 대홍수가 발생한 지 나흘 이상 지나면서 무너진 댐의 유지보수 문제와 당국자들의 부실 대응에 대한 추궁이 시작되고 있다. 이번 홍수로 인한 사망자 공식 집계치는 1만1300명으로 늘었다.
14일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리비아 적신월사는 이번 대홍수의 사망자수가 1만1300명이라고 밝혔다. 사망자수가 2만명에 육박할 것이란 데르나 시장의 추정이 전날 나왔지만, 공식 집계치로는 1만1300명이 최대치다.
마리 엘드레즈 리비아 적신월사 대표는 실종자가 많아 집계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참사 현장에선 바다에서 떠밀려 오는 주검을 수습하는 분주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역대급 사상자를 낸 이번 대참사에 대해 적절한 기상예보와 사전 대피령이 제대로 내려졌다면 피해를 줄였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14일 스위스 제네바 사무소에서 기자들에게 “리비아의 기상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경고를 발령할 수 있었을 것이고, 비상 당국이 대피령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세계기상기구는 홍수 발생 72시간 전에 모든 정부 당국에 이메일과 언론을 통해 이번 참사를 일으킨 사이클론 다니엘의 위력을 알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서로 분열돼 행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리비아에서 이후 대피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홍수가 휩쓸고 간 리비아 북동부 도시 데르나에서 폐허가 된 잔해를 마주한 두 사람이 14일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위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처참한 재앙이 발생하게 된 원인에 대한 책임 공방도 시작됐다. 가디언은 이날 리비아 정치인들이 법무장관에게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홍수에 대한 긴급 조사를 시작하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수년간 분열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리비아에서 알시디크 알수르 법무장관은 전국적으로 영장을 집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관리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논란의 초점 중 하나는 무너진 댐의 유지보수가 왜 오랜 기간 이뤄지지 않았는지다. ‘아르셀’(Arsel)이란 튀르키예 회사가 2007년 댐의 유지보수를 위해 리비아 당국과 계약했지만, 2011년 ‘아랍의 봄’ 봉기로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자 출국한 것으로 전해진다. 리비아의 여러 인프라 시설을 관리했던 해외 업체들이 리비아를 떠난 뒤 돌아오지 않았다는 게 가디언의 설명이다.
또다른 초점은 대홍수 상황에서 행정 당국이 보인 부적절한 대응과 이에 대한 은폐 의혹이다. 가디언은 리비아 동부를 관할하는 리비아국민군(LNA) 관리들이 홍수 당일 밤 티브이를 통해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지 않고 통금시간에 맞춰 집에 가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또 현지 경찰이 폭우가 시작된 10일 데르나 시장을 만나 폭풍의 영향을 우려했지만, 결국 대피령이 내려지지 않았다. 리비아 동부를 관할하는 모하메드 알 멘피 리비아 국가자문위원회 의장은 “댐의 붕괴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방치한 모든 사람에게 책임을 묻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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