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시리아의 학살자’ 아사드 대통령 초청…시진핑과 회담 예정

2004년 이후 첫 방문…22일 시진핑과 회담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오른쪽)과 그의 아내 아스마 알아사드(가운데)가 21일 중국 항저우 공항에 도착해 중국 어린이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장기화된 시리아 내전 과정에서 잔인하게 시위를 진압해 ‘시리아의 학살자’란 비판을 받아 온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20여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아사드 대통령 부부가 21일 제19회 아시안 게임이 열리는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도착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아사드 대통령 부부는 중국 국영 에어차이나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 어린이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중국 외교부도 “아사드 대통령이 23일 저녁 제19회 항저우 아시안 게임의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여러 외교사절단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사드 대통령은 22일엔 시진핑 국가 주석과 회담한다. 또 베이징으로 이동해 24~25일 추가 회담을 한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아사드 대통령의 방문이 양국 간 깊은 정치적 신뢰와 협력을 가져올 것이며 새로운 차원의 양자 관계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 밝혔다. 아사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이 아사드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국제 사회에서 고립돼 온 그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일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그의 아내 아스마 알아사드가 21일 항저우 아시안 게임의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항저우에 도착했다. AFP 연합뉴스

아사드 대통령은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을 계기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서 잔인하게 시위를 진압하며 자국민 수십만명을 학살했다.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으며 국제 사회에서 고립돼 해외 방문이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 시리아의 경제적 상황도 매우 열악해졌다. 하지만 올해 2월 시리아 북부에서 6천여명이 사망한 강진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국제사회 원조가 이어지며 서방과 교류가 재개됐다. 올해 5월에는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길 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도로 아랍연맹에 복귀했다.

중국이 학살자로 낙인 찍힌 아사드 대통령을 초대한 것은 중동 내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싱가포르 리콴유 스쿨 공공정책학 교수 알프레드 우는 로이터에 “시 주석은 3연임 이후 미국에 도전할 방안을 찾고 있다. 아사드 대통령을 초청하는 것처럼 국제 표준에 반하는 일을 하는 것이 놀랍지 않다”고 평했다.

지난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아사드 대통령은 국제적 지원이 절실한 상태다. 시리아의 경제 위기가 길어지며 지난달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2주 넘게 이어졌다. 아사드 정권의 영향권 내에 있던 남부에서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거리를 나와 도로를 봉쇄하고 “아사드 타도”를 외쳤다.

김미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