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건물이 파괴된 가자지구에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충돌 이후 가자지구에 물·식량·전기·가스 공급 등을 차단하겠다는 선언이 내려지면서 이미 ‘세계 최대의 감옥’이라 불리는 이 지역에 인도주의적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가자지구 투입이 이뤄지면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비비시(BBC) 는 9일(현지시각) 지난 7일 하마스의 전면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의 참상을 전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남부 베르셰바 남부군사령부에서 가자지구를 “완전히 포위하겠다. 전기도, 식량도, 물도, 연료도 없을 것”이라며 전면 봉쇄를 선언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007년 6월 이 지역을 장악한 뒤에도 물과 전기 등을 공급해왔다.
가혹한 보복 공습도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10일 오전 엑스(X, 옛 트위터)에 가자지구에 있는 하마스의 목표물 1290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봉쇄 조처로 16년 동안 사실상 창살 없는 감옥 속에서 살아가는 220만여명이 물·전기·식량 공급 등이 끊긴 상태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스라엘의 가혹한 보복에 노출되게 됐다.
9일 가자지구의 한 병원에서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으로 상처를 입은 어린이들이 치료받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보복 선언 이후 패닉에 빠진 주민들은 폭격에 노출된 집을 떠나 피난길에 올랐다. 유엔은 10일 가자지구 내부 피난민이 18만7천명이라고 밝혔지만, 대부분 안전한 피난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가자지구 자체가 큰 감옥인 탓에 외부 탈출도 불가능하다. 이스라엘방위군은 9일부터 주변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고, 유일한 숨통인 이집트 국경 쪽의 라파흐 검문소도 엄격한 출입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주민들 상당수가 폭격의 위험을 무릅쓰고 집에 머물거나 폭격 위험이 덜한 병원 주변이나 학교 건물에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9일 7만3000여명이 학교로 피난해 있다고 전했다. 나흘간 폭격으로 숨진 이는 10일 현재 700여명에 이른다.
시엔엔은 하마스의 선제공격 이후 ‘엇갈린 감정’이 주민들을 휘감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대규모 공격에 통쾌함을 느끼는 동시에 앞으로 이어질 보복에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명의 가족을 둔 하니 바와브(75)는 “공황과 공포 속에 살고 있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매 순간 그들(이스라엘)이 우리를 공격해왔다. 이번엔 달랐다”며 하마스의 이번 공격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자지구는 지구 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로 360㎢ 면적에 약 22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이스라엘의 봉쇄에 막혀 16년 동안 바깥 세계와 단절돼 있다. 팔레스타인 중앙통계청(PCBS)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률은 무려 45.3%였다. 가자지구를 “세계에서 가장 큰 창살 없는 감옥”이라 부르는 이유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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