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로부터 석방된 고령의 이스라엘 여성 요체베드 리프시츠와 누릿 쿠가 24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 반입이 허용되는 구호 물품에 연료를 포함시키는 대신 다국적 인질 수십명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전쟁 물자로 쓰일 것을 우려해 ‘반입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 문제가 인질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현지시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말을 따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구호물품의 지속적인 공급을 조건으로 더 많은 인질 석방에 관한 협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타르·이집트의 중재 속에 진행된 이 협상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하마스가 구호물품의 하나로 ‘연료’를 콕 집어 협상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하마스 쪽은 구호물품의 원활한 반입이 보장되면, 외국인과 이중국적자 등을 포함해 인질을 최대 50명까지 석방할 수 있다는 ‘카드’를 내민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도 앞서 하마스가 이스라엘 국적 여성 인질 2명을 석방하는 과정에서도 연료와 교환을 조건으로 내비쳤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에 의해 전면 봉쇄됐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는 지난 21일을 시작으로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이 잇따라 반입되고 있다. 프랑스 매체 에르에프이(RFI)는 22일 “두번째 구호물품 차량의 트럭 6대에 연료가 실렸다”는 취재진의 목격담을 보도했다.
인구 220만명의 가자지구엔 연료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가자지구에 하나뿐인 발전소가 연료 소진으로 가동을 멈춘 지 2주가 지나며 주민들에게 깨끗한 물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 구호단체들 역시 환자와 신생아들이 입원한 병원들 역시 비상발전기를 돌리면서 겨우 버티는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에 “(가자지구의) 연료 탱크에 이미 바닥이 보이고 있다”며 “며칠 밖에 시간이 없다. 연료가 고갈되면 이미 처참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은 정말 끔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쪽은 연료 반입에 대해서 만큼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마스가 연료 반입의 대가로 7일 잡아간 전체 인질 200여명의 20%를 넘는 50명의 인질 석방을 제시했지만, 이스라엘은 응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료가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인질 협상에 주요 걸림돌 중 하나로 떠올랐다”고 짚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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