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29일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침공 전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서 탱크와 불도저를 대기시키고 있다. AF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와 전쟁이 두번째 단계에 들어섰다”며 가자지구에서의 지상 작전이 시작됐다고 공표했지만, 이후 이스라엘군이 추구해야 할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29일(현지시각) “지금 전쟁은 어디로 가고 있으며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이스라엘군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하마스의 7일 기습공격 이후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하마스를 뿌리 뽑겠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 2단계라고 말하는 지상군 침공 이후의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대외정보국 모사드의 전직 고위 장교인 하임 토머는 비비시에 “(지상전을 치른 뒤)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다음 날 가자지구에 대한 실행가능하고 유효한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28일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루 전(27일) 가자지구에서 시작한 지상 군사작전으로 전쟁이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며 “두 번째 단계의 목표는 분명하다. 하마스의 통치와 군사력을 파괴하고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3단계 작전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즉 이후에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계속 군사작전을 이어갈지 등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텔아비브대학교 팔레스타인 연구포럼 책임자 마이클 밀슈타인 박사도 지상 작전이 마무리된 뒤 가자지구엔 여전히 220만명이 살고 있을 것인데, 그 이후 계획이 없다며 “누가 그들(가자지구 주민)을 통치하는가. 이는 ‘백만 달러짜리 (어려운) 질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운영하는 새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이 29일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침공 전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 모여있다. AFP 연합뉴스
서방 국가의 외교관들도 비슷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미래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해봤지만 아직 명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한 외교관은 비비시에 “(이스라엘에게) 정해진 계획은 전혀 없다. 종이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그릴 수는 있지만 현실화하려면 몇 주 혹은 몇 달의 외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면전 이후 가자지구를 누구 손에 맡길지에 대해선 △2005년 이전처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는 방안 △서안지구를 관할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이끌고 있는 파타당이 통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양쪽 다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첫째 안은 이스라엘 정부 스스로가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한다면 큰 실수”라고 말했다. 둘째 안은 2006년 하마스 이전에 가자지구를 통치하던 파타당은 현재 서안지구는 물론 가자지구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명확한 답이 없는 상태인 셈이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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