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사망한 로이터 소속 사진 기자 이삼 압달라(37)가 ‘언론(Press)’이라고 쓰인 방탄 조끼와 헬멧을 쓰고 있는 모습. 국경없는기자회 누리집 갈무리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취재 중이던 외신 기자를 이스라엘군이 표적 삼아 포격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공격으로 로이터 사진 기자 1명이 사망하고, 아에프페(AFP)통신 특파원 1명이 크게 다쳤다.
국경없는기자회는 29일(현지시각) 누리집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전쟁 현장을 취재하던 외신 기자들을 조준해 공격한 정확을 확인했다며 표적 공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지난 13일 오후 6시께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 접경지대에서 취재 중이던 기자들을 향해 이스라엘 국경으로부터 두 번의 포격이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을 탄도 미사일 전문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포탄이 이스라엘 국경 방향인 동쪽에서 날아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당시 취재진은 ‘언론(Press)’이라고 쓰인 헬멧과 방탄용 조끼를 입은 채 시야가 탁 트인 언덕에서 1시간 넘게 머물며 취재하고 있었다. 인근에는 언론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인 취재용 차량까지 주차되어 있어 전투원으로 오인될 가능성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번도 아니고 두 차례나 37∼38초라는 짧은 간격을 두고 공격이 이뤄진 데다가, 공격이 이뤄지기 전 이스라엘 군용 헬기가 취재진이 있던 장소를 두 차례 지나간 점 등을 미뤄봤을 때 이스라엘군이 이들을 못 봤을 가능성 또한 작다”고 했다.
지난 13일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에서 취재 중 이스라엘군 포격을 받아 다친 알자지라 촬영 기자가 현장에서 들 것에 실려 이송되는 모습. AP 연합뉴스
당시 현장에는 로이터, 알자지라, 아에프페 소속 총 6명의 기자가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 소속 사진 기자인 이삼 압달라(37)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크리스티나 아시 아에프페 특파원은 크게 다쳤다. 나머지 기자들도 폭발로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 군은 공격 직후 비난 여론에 휩싸이자 리차드 헥트 대변인을 통해 “매우 유감”이라며 “조사중”이라는 짧은 입장만 밝혔다.
한편 미국 비영리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30일 기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31명의 기자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목숨을 잃은 기자 가운데 26명이 팔레스타인인이었고, 4명이 이스라엘인, 1명이 레바논인이었다.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가운데 8명은 하마스와 연계된 매체 소속 기자였다. 부상자는 8명, 구금되거나 실종된 기자는 9명으로 집계됐다. 이 단체의 중동·북아프리카 담당관 셰리프 맨서는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민간인과 언론인이 공격의 표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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