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이스라엘 군인 한 명이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수행하며 폐허가 된 한 아파트에 진입해있다. 에이피 연합뉴스
가자시티 내에서 시가전을 본격화한 이스라엘방위군(IDF)이 터널 갱도 130곳을 파괴하는 등 지상 작전이 성공하고 있다면서 “하마스는 가자 북부에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하마스를 최종 섬멸하기까지는 여전히 몇 개월이 걸릴 것이라 내다봤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8일(현지시각) 일일 영상 브리핑을 통해 “가자 북부에서 하마스는 통제력을 잃었으며, 계속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다”며 “하마스는 지도부와 연락이 끊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날 “5만명의 가자지구 주민이 이스라엘군이 열어준 안전 통로를 통해 북부에서 남부로 이동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이는 “그들 역시 하마스가 북부에서 통제력을 잃었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지난 4일 이후 걸어서 가자 남부로 피란한 북부 주민들은 4만여명이라고 밝혔다.
하가리 대변인은 이날 주민들을 남부로 재배치하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는 허용할 것이지만, ‘휴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를 받아들이겠다고 한발 물러서면서도 정확한 시기는 분명히 못 박지 않는 애매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또 가자지구에 끌려간 인질의 숫자가 240명이 아닌 239명이라 정정하면서, 군이 계속 조사 중이기에 이 역시 최종 숫자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별도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지상 작전을 개시한 뒤 가자지구 내의 터널 갱도 130곳을 발견해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자지구 북부의 대학과 놀이공원 대관람차 인근에서 터널 갱도와 무기가 노출돼 바로 파괴했다”며 “이 모든 것은 하마스가 테러를 위해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또 하마스의 주요 무기 개발자 모흐센 아부 지나 등 여러 테러리스트(하마스 대원)를 사살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의 호언장담에도 하마스를 궤멸한다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최소 몇 달이 걸릴 것이라는 게 분석가들의 전망이다. 이스라엘군이 본격적으로 시가전을 벌이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하마스는 텔레그램을 통해 가자시티 곳곳에 매복한 전사들이 2~6일 촬영한 바디 카메라 영상을 공개하며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고 시엔엔(CNN)이 전했다. 하마스의 영상에는 북부 도시 베이트 하눈, 알샤티 난민 캠프 등이 등장하거나 올리브 나무가 우거진 시골 지역에서 전투 장면 등이 나온다. 시엔엔은 “하마스가 영상에 담긴 작전에서 실제 성공했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이스라엘군이 한달 이상 하마스의 진지와 터널을 공격했지만, 무장세력을 없애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시엔엔의 군사 분석가 마크 허틀링은 “하마스 전사들은 폐허가 된 건물에 매복해있을 것”이라며 “이스라엘군이 모든 터널과 갱도를 뚫을 수 없다면 매복한 전사를 잡기란 일종의 두더지 잡기와 비슷하다. 일일이 모든 건물을 뒤져야 해서 (이들을 완전히 제압하려면) 몇달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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