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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가자지구에서 비극이 벌어진 진짜 이유 [The 5]

등록 2023-11-11 14:00수정 2023-11-13 01:23

[더 파이브: The 5]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한 달, 그 비극의 전말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방위군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에 패인 구덩이. 이날 난민촌에선 주민 50명이 숨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방위군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에 패인 구덩이. 이날 난민촌에선 주민 50명이 숨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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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참혹한 전쟁이 벌어진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시작은 지난달 7일 하마스 군대의 기습공격이었죠.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세운 가자지구 장벽을 넘어 이스라엘 시민 1400여명을 살해한 뒤 인질 240명을 데리고 다시 돌아갔는데요. 그 뒤 이스라엘은 도시를 저미듯 파괴하는 ‘슬라이스 작전’을 펴고 있습니다. 그 결과 벌써 1만명 넘는 가자지구 주민이 숨졌습니다. 그중 70% 가까이는 어린이와 여성이죠. 이 비극의 진짜 원인은 뭘까요? 민간인 피해는 왜 이토록 클까요? 국제부 정의길 선임기자에게 물었습니다.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주민들이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달 7일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 측 사망자는 1만명에 달한다. 라파 AF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주민들이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달 7일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 측 사망자는 1만명에 달한다. 라파 AFP/연합뉴스

[The 1] 비극이 벌어진 진짜 원인이 뭔가요?

정의길 기자: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공격과 이에 대한 보복이겠죠. 우선 하마스의 기습은 분명 테러행위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이스라엘이 2005년부터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잔디깎기’ 전략으로 이 지역을 관리해 왔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웃자란 잔디를 깎듯, 하마스 세력을 주기적으로 공격해온 거죠. 그 사이 가자지구는 물, 전기, 생필품까지 이스라엘의 통제를 받는 사실상 감옥같은 곳이었고요.

게다가 최근엔 아랍에미리트나 바레인 등이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기 시작했어요. 결정적으론 지난 8월 초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으려 했고요. 미국·사우디·이스라엘이 손잡으면 하마스 입장에선 고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판단한 듯합니다. 8월 말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이슬람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 통제를 강화했고, 하마스의 분노는 임계점을 넘어섰죠. 그래서 이번 하마스 작전명도 ‘알아크사 홍수작전’이었습니다.

[The 2] 전쟁이 한 달 지났는데 민간인 피해가 왜 이렇게 클까요?

정의길 기자: 가자지구를 한 번 상상해보세요. 가로 10㎞, 세로 40㎞로 서울의 3분의 1 정도 크기입니다. 거기서도 3분의 1도 안 되는 면적의 가자시티에 다들 몰려 살고 있습니다.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입니다. 이스라엘이 높이 6m의 담으로 가둬놨으니 갈 곳도 없습니다. 거기에 집중적으로 폭탄을 떨어뜨리는 겁니다.

가자지구 희생자 1만명 중 어린이가 4237명입니다. 여성도 2500명 넘게 숨졌습니다. 아무리 이스라엘이 정당성을 부여하더라도 전쟁엔 비례성(기대되는 군사적 이익보다 민간인 희생이 과도한 공격은 금지) 원칙이란 게 있습니다. 지금은 누가 시작했느냐가 중요하지 않게 돼 버렸어요. 건물이나 집에 테러리스트가 있다고 하면 아이들이 있어도 폭격하고 있습니다. 이건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고, 사냥입니다. 민간인 희생을 ‘부수적 피해’라고 부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6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에서 어린이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을 피해 달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에서 어린이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을 피해 달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The 3] 이스라엘은 왜 이렇게까지 할까요?

정의길 기자: 일단 하마스 공격에 대한 보복입니다. 네타냐후 정권이 극우라는 점도 작용했고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사태가 나기 전부터 정치적으로 위기였으니 국내 분위기에 밀려 어쩔 수 없이 과도한 보복을 하는 측면도 있어요.

지상전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2005년부터 4차례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했어요. 그 뒤로도 한 달에 한 번씩 공습이 있었습니다. 18년 동안 가자지구에서 죽은 이가 3550명입니다. 그래도 그땐 관리가 목표였습니다. 타깃을 정하고 공격한 다음 철수하는 방식이었어요. 이번엔 군사작전 성격이 아예 다릅니다. 궤멸이 목표입니다.

[The 4] 국제사회는 왜 이스라엘을 멈추지 못하나요?

정의길 기자: 국제사회 집단지성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비교해봐도 민간인 학살에 대한 태도가 확연히 다릅니다. 우선 미국이 꼼짝 못 하고 있어요. 미국의 정치·경제를 유대계가 꽉 잡고 있는 건 다 아는 사실이죠. 실제로 대선에선 유대인들의 표심이 중요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집니다. 대한민국은 지난달 29일 유엔 총회 ‘휴전 촉구 결의안’에 기권했습니다. 정부는 휴전이 아니라 미국이 주장하는 ‘인도적 교전 중단’을 지지하고 있어요.

[The 5] 우린 무기력하게 바라만 봐야 하는 건가요?

정의길 기자: 그래서 비극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도 그랬잖아요. “할 수 있는 게 없으면 벼랑박(벽)에다 소리라도 치라고.” 주요 서방 언론에서 나오는 얘기 말고, 우리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 말고, 다른 이야기, 다른 시선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침묵하는 정부를 향해서도 분명하게 입장을 정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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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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